기사 메일전송
[강재헌 교수의 직장인 비만특강] 성인병의 주범 ‘복부비만’
기사수정

 
주위의 직장 동료들을 살펴보면, 해가 갈수록 배 나온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난했던 과거에는 적당히 나온 배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무절제와 질병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배가 나오면서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의 동반질환들이 생긴다 해 이런 상태를 대사증후군이라는 하나의 질병으로까지 칭하고 있다.

<사진>은 30대 후반 남성의 체지방을 촬영한 것이다. 이 남성은 평소 배가 나왔고 직장 신체검사에서 지방간·고지혈증·고혈압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진을 보면 피하지방은 정상수준인데 내장지방은 매우 증가돼 있다. 이처럼 내장지방이 증가해 배가 나온 경우를 복부비만이라고 한다.

이처럼 복부비만이 있을 경우 증가된 내장지방이 혈중 인슐린 수치를 높이면서 이차적으로 고지혈증·지방간·고혈압·당뇨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더욱이 내장지방량 증가로 복압이 증가하면서 역류성 식도염, 기능성 위장장애, 신경인성 방광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허리둘레 36인치 이상이면 비만

일반적으로 복부비만은 주로 남성에게서 문제를 일으키며, 여성의 경우 폐경이 된 이후에 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차이는 지방의 체내 분포가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남성은 잉여 지방이 주로 복부, 즉 내장 사이사이에 끼게 되며, 여성은 폐경 이전에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잉여 지방이 주로 둔부와 허벅지, 아랫배, 유방에 위치하다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의 보호효과가 사라지면서 남성과 마찬가지로 잉여 지방이 주로 복부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만한 30~40대 부부가 함께 건강진단을 해 보면, 남편에게는 여러 가지 비만 관련 질환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부인은 정상인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자신이 복부비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줄자 하나면 충분하다. 복부비만의 경우 허리둘레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인의 경우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36인치) 이상, 여성은 85cm(34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실시한 다수의 연구에서 허리둘레가 이 기준치를 넘어서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혈관계 질환 등의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심근경색 등 합병증이 더 문제

지난 10년간 한국인에게서 고혈압성 질환과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감소한 반면,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과 대장암·유방암 등의 악성질환 사망률은 증가했다. 순환기질환 중에서 고혈압성 질환과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감소한 주된 이유는 최근 20~30년간 고혈압의 치료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방치됐던 고혈압 환자들이 치료받게 되면서 고혈압성 질환과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의 사망률은 왜 증가했을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만이 직접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비만인 사람에게 흔한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 등이 동맥경화를 촉진시키므로 이차적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유발된다.

따라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허혈성 심장질환이 있으면서 비만한 사람은 앓고 있는 심장질환의 치료뿐만 아니라 비만의 문제를 해결해야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대장암·유방암 등의 악성질환들도 비만한 사람일수록 그 발생 위험이 높다는 보고가 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경우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여러 가지 건강 위험요인들 중에서도 가장 다양하고 많은 질환들의 원인이 되는 중대한 건강문제라고 볼 수 있다.

강재헌<인제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sgumi.kr/news/view.php?idx=134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케미 오코노미야끼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