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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 한국 오페라 ‘판소리’ 판타스틱~”
[현장] 창덕궁 연경당 고궁상설공연에 반한 외국인들
“판타스틱(Fantastic), 어메이징(Amazing)~!”

창덕궁 연경당 여기 저기서 찬사가 터져 나왔다.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23일 평온한 오후 4시, 연경당에 펼쳐진 연회장 풍경이다.
잔잔하게 울러 퍼진 음율이 고궁 구경을 나셨던 이들을 사랑채로 불러 모았다. 마당 한가득 사람들이 들어서자 연경당은 더 이상 적막 속 고궁(古宮)이 아니었다.


외국인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포구락은 나무 공을 포구틀 구멍으로 넣는 놀이형식의 춤이다.<사진=문화체육관광부 홍보담당관실 김민제>

정악과 우아한 가사(歌詞)의 나지막한 분위기를 끝으로 무용 ‘포구락’이 외국관광객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13명의 색동 나비가 꽃을 들고 춤을 춘다. 느리면서도 처지지 않는 절묘한 손동작 하나하나에 탄성이 쏟아졌다. 차분한 연두색 나뭇잎 사이 햇살에 빛나는 무용복이 정말 아름답다.

미국에서 사진가로 활동 중인 레이몬드 림(Raymond Lim·32)씨는 “한국의 봄이나 한복 색같은 선명하면서도 깊이 있는 색깔은 오랫만이다”며 “1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자연 그대로의 한국의 색깔을 마음껏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궁 공연은 풍류와 함께 자연의 일부 되는 기회”

이날 연경당에서 펼쳐진 공연은 ‘창덕궁 연경당, 풍류 음악을 그리다’ 2009 문화체육관광부 고궁상설공연이다. 고궁과 전통예술을 접목해 내외국인 관람객에게 한국의 멋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올해가 2년째이다.

공연을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예술과는 “오는 10월 29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고궁에서 나지막하지만 인상적인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기회”라며 고궁상설공연을 소개했다.

연경당은 효명세자가 세도정치에 시달리는 아버지 순조를 위해 사대부 집을 모방해 민가 형식으로 1827년에 지었다. 생일 축하 진작 행사나 궁중 행사용 춤과 노래 등 경사스러운 행사를 연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연경(演慶)이라는데 이날도 내외국민과 외신기자를 초청해 경사스러운 풍류를 선보였다.

“한국 오페라인 판소리, 상세한 뜻 몰라도 가슴으로 느낌 전해져”

분위기를 절정으로 몰고 간 것은 조주선 명창의 판소리 무대. 조 명창은 심청가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소리했는데, 한 손에 잡은 부채를 접었다 펴면서 얼굴에 갖가지 표정이 다 나온다. 심봉사가 ‘눈도 뜨지 못하옵고 자식만 팔아먹은 놈을 살려 두오 쓸 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라며 울부짖는 대목에선 바닥에 엎드리며 혼신의 연기를 했다.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소리했던 조주선 명창은 이날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심봉사가 청이를 만나 두 눈을 번쩍 뜨자 모두 힘껏 박수를 쳤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던 캐나다인 데이빗 머레이(Davic Murray·25)씨는 “상세한 뜻을 모르는 데도 느낌이 그대로 가슴으로 전해졌다”면서 “표정과 목소리, 동작이 모두 파워풀(Powerful)하다”며 놀라워했다. 그는 “한국에 오려고 2년을 준비했는데 이 공연에서 한국 전통 문화의 많은 것을 확인한 것 같다”며 “(한국어로)감사합니다”고 했다.


공연 후 전통의상 체험에 참여한 LA타임즈 기자들. 왼쪽이 존 글리오나 서울지국장이다.
공연 후 뒤편에 마련된 전통의상 체험 코너에서 한복을 직접 입어본 존 글리오나(John M. Glionna) LA 타임즈 서울지국장은 “한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한국인의 고유한 감정이 뭔지 조금 느끼게 됐다”며 “오늘은 조선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라며 즐거워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참 창덕궁을 떠나지 못하는 홍성희(52)씨는 “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지내다보면 문화로 한국을 알리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외국인이 나에게 ‘남북문제’ 외에 ‘판소리를 좋아한다, 판소리는 어떤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이 벌써부터 이뤄지는 것일까? “판소리가 가장 멋졌다”는 미국인 샤예가니(Shayegani) 자매는 “오늘 당장 숙소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이 공연을 소개하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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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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