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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용접공, 두부제조기로 세계를 거머쥐다
[오늘의 발명은 내일의 성공]① 김홍배 로닉 대표이사

발명을 ‘학생이나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전구 하나가 인류의 밤을 밝혔듯이, 작은 발명 하나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꾼다. 특히 아이디어가 경쟁력인 요즘 발명은 나라 발전의 원동력이다. 5월 19일 ‘발명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정책포털 korea.k과 특허청은 아이디어로 세상을 움켜쥔 발명가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릴 정도로 단백질이 풍부하다. 두부, 두유, 된장, 간장, 콩가루, 콩나물, 콩기름 등 다양한 형태로 식탁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두부와 두유는 우리에게 친숙하고 영양가 또한 높다.

최근 중국산 식품대란과 웰빙 바람을 타고 직접 만들어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유독 두부와 두유만큼은 사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가정식 두부·두유 제조기 ‘소이러브’ 발명은 ‘집에서 만들어먹을 수 있다면?’이라는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시작은 1992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이러브를 발명한 김홍배 로닉 대표이사는 당시 대진상사라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한 화장품 회사의 동남아 총판을 맡고 있었다. 시장을 어느 정도 개척하자, 본사가 직접 영업 방침을 내세워 대리점 영업권을 요구했다. 이 때 김 대표는 ‘자사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아이템을 고민하던 김 대표는 해외출장 중 우연히 들른 수퍼마켓에서 두유팩을 발견하고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두유를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이들이 두유를 건강식으로 먹고 있다는 점을 직접 접한 김 대표는 대진상사에서 벌어들인 돈 20억원을 투자해 제조기 개발에 나섰다.

만드는 김에 두부까지 함께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어린 시절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먹던 적이 있어 두유와 두부를 만드는 방법이 같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두부를 만들려면 콩을 물에 하룻밤 불려 맷돌에 곱게 간 뒤 다시 물과 끓여 걸러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전통방식을 과학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누구도 하지 않았던 시도라 어려움을 호소할 곳도 없었다. 속된 말로 집안의 숟가락까지 팔아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매일 연구했지만 전통 두부의 맛이 나지 않아 두부를 집어던진 적도 많았다. 금형도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했다. 포기하지 않고 콩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기술 개발에 몰두한 김 대표는 6년만인 1998년 세계 최초로 콩과 물만 넣어 30분만에 두부 등을 만들어내는 소이러브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김 대표가 개발한 가정식 두부·두유 제조기.
수년 동안 제품 개발에 도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용접공으로 생활했던 과거 경험이 큰 보탬이 됐다고 한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1975년부터 야간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한 1985년까지 김 대표는 현대건설, 대우중공업 등에서 용접일을 했다. 덕택에 무언가를 만들고 부수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이후 간편한 조작성과 편리성, 내구성을 갖추도록 했다. 각종 부품의 성능을 개선해 죽을 만들 수 있는 기능, 다른 농도를 즐길 수 있는 기능 등을 더했다. 환경호르몬 등의 유해성을 줄이기 위해 가열부위를 스테인리스로 처리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물과 생콩만 넣어 30분만에 두부를 만든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제품이라는 이유 때문에 판로개척도 만만치 않았다. 김 대표는 무역업의 경험을 살려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한국의 전통두부 제조기를 표방했고 2000년 일본과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제품 성능을 믿지 않는 소비자들에겐 제품 시연으로 대했다. 처음에는 쉽게 두부 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시연을 통해 인식이 달라졌다.

국내시장엔 해외시장의 성공을 등에 업고 입성했다. 주로 홈쇼핑 위주로 판매해 제품의 작동과 결과물을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급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거의 10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로닉의 주 무대는 일본과 미국시장이지만, 앞으로는 유럽과 동남아 시장까지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구미공단신문
김 대표는 소이러브로 로열티 수입까지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의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의 ‘가정식 두부·두유제조기’는 국내 신기술(KT), 유럽규격인증(CE), 미국 안전성 인증(UL), 국내최초신기술(NT) 마크 등을 획득했다. ISO9001 인증 및 ISO14000 인증도 받았다. 독일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특허청 주관 특허기술사업화발표회 은상,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최고상인 장영실상도 수상했다.

특히 대한민국 발명특허는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유럽, 중남미에서도 발명특허를 획득했다. 국내외 산업재산권만 260개에 이른다. 기술 사용을 원하는 해외 업체도 있어 로열티 수입까지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좋은 발명이란 이전의 상품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말끔하게 풀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숙취 해독제, 냄새 안나는 청국장, 담배 연기 사탕 등의 발명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 발명들이다.
이런 점에서 김 대표는 실용적인 발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용성이 없어 상품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죽은 아이디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실용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최고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아이디어만 좋으면 각종 지원을 통해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기관이나 발명진흥회, 각종 학교와 연구소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소개했다.

세상이 살기 힘들 때 사람들은 인생의 대박을 꿈꾸며 로또를 산다. 하지만 김 대표는 로또보다 실현가능성이 높고 건전한 인생역전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한다. 바로 발명 특허였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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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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