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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괴산고등학교 명문도약 이유 ? - [2010 교육이 달라진다] ②기숙형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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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책포털(korea.kr)과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 교육이 달라진다’라는 대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마이스터고 △자율형사립고 △기숙형고교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교육정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정작 수혜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번 기획의 배경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이명박 교육정책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충북 괴산군은 인구 3만6000여명의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대부분의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젊은 사람들보다 고령의 촌로들이 눈에 많이 띈다. 공부를 좀 한다하는 아이들은 중학교까지는 이곳에서 다녀도 고등학교 진학 때는 학원도 많고 교육환경이 더 좋은 충주나 청주로 나가는 것이 공식화됐다.

충북 괴산고등학교도 우수학생들이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 하지만, 최근 2년 전부터 이러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군내 8개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상위권 학생들의 입학이 늘면서 면학 분위기도 한결 개선됐다.

지난해 8월 기숙형고교로 선정된 충북 괴산고등학교.

특히 지난해 9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82개 ‘농산어촌 기숙형고교’에 포함되고 올 들어 7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이 기숙형고교 가운데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서울, 부산 등 대도시권에서 입학관련 문의전화가 오기도 했다.
 
기숙형고교 선정 후 대도시권서 입학 문의

이 대통령은 괴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숙형고교는 도·농간 교육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기숙사라는 물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선생님들의 열정과 학생중심의 토론과 체험학습, 건전한 체육활동 등이 활발히 진행된다면 지금껏 누구도 할 수 없었던 혁신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관련기사: 이 대통령 “도시·농촌 교육격차 줄여야”>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일환인 기숙형고교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 학생들의 통학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기숙사 시설을 만들고, 기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자주적 생활능력과 학습능력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교.

괴산고는 기숙형고교로 새롭게 단장하고 내년 3월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갈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숙사 시설. 정부지원으로 기존 기숙사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하고 또 새로 지어, 전교생 400여명 가운데 12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숙사 내부는 대학 기숙사 못지않을 정도로 잘 갖춰져 있었다. 방마다 화장실과 세면·샤워시설이 있고 늦은 밤까지 공부할 수 있는 정독실도 별도로 설치돼 1인1좌석제로 운영한다. 방과후 심화보충학습이 진행될 합동강의실과 정보검색실, 모둠토의실, 학생들의 영양을 책임질 식당도 마련돼 있다.

멀리는 20㎞밖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가야 하는 시골 학생들로서는 기숙사가 꽤 괜찮은 장점이다. 만약 기숙사가 없다면 이 학교 2학년생인 홍혜영 양은 집에서 학교까지 편도 40분, 왕복 1시간20분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한다.

혜영 양은 작년 영풍중학교를 같은 학년 중 2등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같은 반 30명 중 ‘공부 좀 한다’는 친구 10명은 청주로 나갔지만, 혜영 양은 괴산고를 선택했다.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고 대학진학 때 농어촌특별전형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괴산고 선택 후회없다”…후배들에게도 권유

혜영 양은 “통학 시간에 조용한 기숙사 독서실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점”이라며 “중학교 후배들이 ‘괴산고 괜찮으냐?’고 물어오면, 이곳 입학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혜영 양은 스튜어디스가 꿈이다. 지금은 고려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같이 하고 있는 친구 정예리 양은 서울대 진학이 목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이미 옛말이 된 것처럼, 괴산고 출신의 서울대 배출도 2005년 이후 맥이 끊겼다. 예리 양의 목표가 성공한다면, 이 학교도 그냥 그런 시골학교에서 명문고로 변신하는 전환점이 되는 셈이다.
 
괴산고 김기탁 교장은 기숙형고교로의 전환을 계기로 혜영, 예리 양과 같은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며 학교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교장은 “기숙형 고교 선정 이후 괴산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내 중학교 상위권 졸업생의 본교 진학률이 2008년 89%에서 2009년 95%로 향상됐다”면서 “2~3년 뒤에는 많은 우수학생들이 괴산고에 들어오려고 하는 쏠림현상도 나타날 것 같다”고 전했다.

괴산고는 내년부터 기숙사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학력신장·인성지도를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학력신장을 위해서는 야간자율학습, 심화보충학습을 실시하고 주말 논술 특별반도 운영하며 원어민 영어 회화, 온라인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 등이 준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원대 원어민 교수 등 외부 강사도 섭외 중이다. 인성지도 프로그램으로는 검도 등 1인1운동, 조국애 갖기 국토순례(선비체험학습), 관악부·국궁반 등 5~7개 분야 특기적성 지도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기숙형 공립고가 완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이 괴산고 방문 때 “어려운 농어촌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숙형고교 학생 기숙사비를 크게 경감하는 방안을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조속히 마련해달라”고 지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김기탁 교장은 “월 25~30만원 정도 예상되는 기숙사비를 학부모들이 전부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재정지원을 통해 10만원 이하로 낮추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괴산고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도 교육청의 보조금 지원, 괴산군과 군민장학회가 추진하는 장학기금 조성·운영으로 기숙사생 자부담을 5만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지원이 없다면 1인당 26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숙사비 평균 10만원대…시도교육청·지자체와 협의중

이에 대해 교과부는 전북 신안군의 경우 기숙사 운영비(급식비 포함) 전액을 지원하는 등 지자체별로 재정지원의 편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편차를 줄여 평균 10만원대에서 자부담할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 및 지자체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학력향상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기숙형 고교 추진의 목표인 점을 감안하면, 학교는 물론 지자체와 학부모 등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명문대 진학 등 가시적인 성과만이 아닌 교육의 질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숙형 공립고는…

국정과제인 ‘다양하고 좋은 학교 더 만들기’ 차원에서 추진되는 기숙형 고교는 오는 2011년까지 150개교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기숙형 고교는 농산어촌 학생들이 통학의 불편함 없이 기숙사에서 안심하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기숙사 시설을 구축하고, 학교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과 학교운영의 자율성 확대 등을 통해 도시와 농촌 간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1차로 전국 군지역의 일반계고를 중심으로 82개 학교를 선정했으며, 올해엔 2차로 선정지역을 도농복합도시로 확대하고 사립고까지 포함시켜 68개 학교를 선정했다. 1차 학교는 2010년에, 2차 학교는 2011년에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정부는 이들 학교에 기숙사 시설비 5800억원(1차 3173억, 2차 2600억)을 지원해 총 1만7032명의 학생이 기숙사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기숙형 고교가 아직 본격적으로 운영된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간접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기숙형 고교 지정 후 그 지역 중학교 상위권 졸업자의 타지역 이탈현상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숙형 고교로 선정된 충북 옥천고의 경우 관내 중학교 상위 10% 학생의 진학비율이 2008년 18%에서 2009년 29%로 증가했다. 경남 함양고의 경우 관내 중학교 상위권 졸업생들 중 이 학교 선택자가 늘면서, 타지역으로 나간 학생의 수가 2007년 15명에서 2008년 10명으로, 2009년 4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또 기숙형 고교가 지역발전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지자체와 지역주민 스스로 지원을 강화하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전북 고창군에서는 ‘기숙형 고교 고욕경비 보조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기숙형 고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의 기숙사비 등에 대한 지원체제를 갖췄고, 단양군은 ‘교육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학생부담 기숙사비와 교육프로그램 운영비 지원근거를 신설했다.

교과부는 기숙형 고교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본격 운영에 앞서 교육전문가의 전담컨설팅을 추진하고, △자율학교 지정 △교원초빙제 실시 △기숙형고교 근무교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저소득층 학생 기숙사비 지원 △프로그램 운영비 지원 등의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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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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