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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을 꽃밭에 모신다?!

가정의 달 5월이면 길러주신 부모님을 찾는 자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그런데 생을 달리한 부모님께는 어떤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까. 조상의 은덕과 공경을 상징적으로 담은 묘지, 윤달이 들어있는 올해는 이장 등 조상묘 돌보기가 어느 해보다 활발하다. 매장과 화장 그리고 자연장에 이르기까지 장묘문화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납골묘 형태가 많아진 조상의 묘지.
선산은 이미 다 찼다. 더 이상 모실 터가 없다. 자손 역시 조상에 대한 효심과는 별개로 묘지를 돌보는 일이 쉽지 않다. 이 같은 장묘문화의 현실을 누구보다 실감하는 노년들이 먼저 생각을 바꾸고 있다.

충남 논산군 연무읍 고내리, 이곳 푸른 소나무 숲에 자리한 동그란 납골묘에는 지난해 5월 운명을 달리하신 고 박찬원 어르신의 묘가 있다. 박 어르신은 전통적인 유교집안에서 자라, 생전에는 시제를 시작으로 각종 제사와 선산 돌보기 등을 통해 자손들에게 효를 몸소 보인 분이었다.

그런 그가 작고하기 6개월 전, 납골묘에 묻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산에는 더 이상 직계들이 묻힐만한 땅이 없고, 자식들이 벌초나 성묘를 위해 먼 시골 묘지까지 때마다 맞춰 내려오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손들은 갑작스런 어르신의 뜻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동안 묘지관리에 부담을 느꼈던 터라, 조상들의 묘를 이장해 납골당을 만들었다. 16기로 조성한 납골묘에는 이제 한 동안 박씨 일가가 묻히게 될 것이다.
 
매장에서 납골묘로 진화하는 장묘문화
장묘문화가 매장에서 납골묘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시신을 화장해 자연에 뿌리거나 안치하는 자연장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준호 어르신(79)은 춘천 선산의 조상묘지를 올해는 꼭 이장할 계획이다.

김 어르신은 “아이들이 장성했지만 외국에 나가있는 시간이 많아 그 동안 선산을 혼자 돌봐왔는데, 이젠 더 이상 기운이 없어 관리할 수 없게 됐다”며 “올해는 윤달이 들었기 때문에 조상 묘를 정성껏 이장해 화장한 뒤 강에 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연장은 봉분형과 납골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친환경적인 매장 풍습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에서 사용하는 옥수수로 만든 유골함. 자연장 중 수목장은 유골함까지 흙에서 분해하도록 했다.<사진=수목장장례사랑모임>

자연으로 돌아가리. ‘자연장’
납골묘에서 더 나아가 나무나 화초 및 화단 등지에 골분을 묻는 방식으로 장사를 치르는 자연장도 늘고 있다. 자연장은 ▲나무 밑을 활용하는 수목장 ▲화단처럼 꽃장식을 한 화단장 ▲ 집에서 가까운 녹지에 텃밭을 꾸미고 허가를 받아 사용하는 텃밭장 등의 장례법을 말한다.

여기에 유골을 봉분에 담아 나무 밑에 안치하는 수목장도 차차 늘고 있다. 돌아오는 8월이면 수목장 시행 1년을 맞는 인천가족공원, 이곳에서는 그 동안 모두 350건의 수목장을 치렀다.

시 노인청소년과 측은 “인천시의 화장률은 부산에 이어 72. 4%로 전국 2위로, 영국의 화장률과 맞먹는 장례문화를 갖고 있다”며 “화장을 통해 자연장을 장려하고자 수목장 위치를 화장장에서 불과 300m 거리에 조성해 장례 절차를 원스톱으로 이용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자연장이 느는 이유는 자연친화적이고 보건위생상 위해가 적을 뿐 아니라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인천가족공원의 예를 들면 사용기간이 최장 40년으로 처음 15년을 이용한 뒤 5년씩 다섯 번 연장할 수 있어 묘지관리가 안정적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점도 뒤따른다. 이용료는 1년 당 1만5000원꼴로 저렴하다. 비석이나 상석 등 석물을 설치할 필요도 없어 설치비용도 적게 든다. 나무 한 그루에 유골 6기에서 10기까지 안치할 수 있어 기존 묘지보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자연장 활성화하려면 인식개선과 추모시설 뒤따라야
자연장은 스위스와 독일 등 서구 국가에서 인구 증가에 따른 묘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방안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뒤 도입했다.

그 중 수목장은 좁은 국토 활용이란 장점 외에도 친환경적이며, 철학적 의미까지 담는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순리를 장례과정에서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령 유골을 담는 봉투나 용기를 한지나 전분 등으로 만들어 세월이 가면서 자연 분해되도록 하는 것은 친환경적인 의미와 더불어 자연장의 취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인천가족공원측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유족들의 85%는 자연장에 대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오는 2021년까지 수목장 수용규모를 15만 기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유족들의 선호하는 나무 종류를 늘이고, 꽃이나 잔디 밑에 유골을 안치하는 방식도 활성화해낼 계획이다.

잔디형으로 꾸민 서울용미리추모공원 <사진=보건복지가족부>
장묘문화가 개선되려면 정부차원의 홍보와 추모시설 조성도 뒤따른다.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묘문화상담센터.
하지만 자연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장묘문화개선의 걸림돌은 남아있다. 바로 부족한 화장시설과 전통풍습과의 갈등 및 인식부족이다. 서울 원지동과 경기도 부천시와 하남시 등의 추모공원 조성을 놓고 아직도 찬반갈등이 남아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가족부 노인지원과측은 “친환경적 장사문화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범국민운동을 전개와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교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자연친화적 장사문화콘텐츠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등을 개발·홍보하고, 모범 장사시설 사례를 전파하는 등 지역사회 시민단체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지역단위 운동으로 확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우리의 고유한 장사문화 및 역사를 이해·홍보하기 위해 ‘장사문화 홍보관’ 또는 ‘박물관’을 설립하는 지자체를 지원할 계획이다.
시설개선을 위해서는 시범자연장지인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수원시 외에도 제주, 익산, 대전 등지에 지자체 공설자연장지를
설치해 시설 수를 모두 21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 2014년까지 열악하고 낙후된 화장시설 25개소를 환경친화적으로 재건축하고, 화장로 175기를 교체, 개·보수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 49개 화장시설 중 약 55%가 80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화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매장에서 납골묘로, 그리고 자연장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으로 달라지는 장묘문화가 널리 확삭되길 기대한다. 정책기자단 김정미 jacall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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