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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루네오 위기극복 - “한 발씩 양보하니 위기극복 두 발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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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씩 양보하니 위기극복 두 발 앞서”

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경제상황 역시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23일 노사민정 합의가 이뤄진 것을 계기로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 대화합 선언이 줄을 이으면서 노사가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인천 남동구 남동공단에 자리 잡은 가구 명가 보루네오는 3만㎡ 부지에 5층 높이의 대형 건물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11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를 지켜온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기업의 면모가 공장의 위용에서도 느껴졌다.

하지만 보루네오는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1990년대 초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3800명에 달하던 근로자는 법정관리와 위탁관리를 거쳐 2007년 새 주인을 맞이할 때에는 340명으로 그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그동안 매출액도 눈에 띄게 감소했고 만년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보루네오는 체질개선을 통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오랜만에 적자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흑자로 돌아섰다.


보루네오는 외적 위기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자발적인 애사심이 강해졌고, 이것이 노사간 협력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세계적 경제한파로 보루네오는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번에는 노사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지난 3월 10일 보루네오 노사는 ‘노사 대화합 선언식’을 가졌다. 근로자들은 2010년까지 2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해마다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승급도 반납했다. 호봉승급이 물가인상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호봉승급 반납은 사실상 임금삭감을 의미한다. 노조의 이 같은 결의에 앞서 임원들은 임금삭감을 결의했다. 대표이사가 50%, 임원은 직급에 따라 20~50%의 임금을 자진 삭감한 것. 또한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연례적으로 갖던 야유회, 체육대회, 노동절 행사 등도 노조 측의 요청으로 보류키로 했다.
구미공단신문
 

임원들 임금삭감 결의하자 근로자들도 동결 화답

보루네오 정성균 부사장은 “과거와 같이 노사가 각자의 입장만 고수했다면 현재와 같은 대화합 선언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회사의 위기를 노사 가릴 것 없이 자신의 문제로 인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새 경영진은 보루네오를 인수한 뒤 5, 6개 파트로 나눠 경영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회사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가감 없이 설명함으로써 공동체의식과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200여 개의 크고 작은 경영 혁신활동도 차근차근 벌여나갔다.

정 부사장은 “경영설명회는 회사의 현주소를 바로 알고 회사의 비전을 직원, 조합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경영진을 믿고 따르는 것이 사원 개개인에게도 득이 된다는 합일체 의식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보루네오 노사는 경제위기를 맞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1991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969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77%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액이 급격히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매출이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서광이 비치는가 싶었는데 외부적 요인으로 다시 어두운 터널로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보루네오 노사는 다시 한번 힘과 지혜를 모으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는 “회사 없이는 노조도, 조합원도 없다”는 주인의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권영 노조위원장은 “어려운 시기를 오래 거쳐오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무엇보다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며 “2년간 임금동결과 호봉승급 반납을 결의하는 과정에서 3년간의 임금동결을 주장한 조합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임원진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솔선수범해 임금반납을 결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이 회사와 사원을 가족같이 생각하는구나’ 하는 감동이 싹터 ‘우리도 뭔가 힘을 보태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조합원들의 애사심이 투철해서 노조위원장 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측면도 있다”며 웃었다.

보루네오는 2001년부터 2009년 임금협약까지 9년간 임·단협 무분규 위임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보루네오 경영지원본부 채광식 이사는 “경제위기와 원재료비 상승 등 외적 위기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자발적 애사심이 강해졌고 이것이 노사 간 협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노사문화는 보루네오의 든든한 기업문화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던가. 보루네오에게 경제위기는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함께 극복해야 할 도전에 불과해 보였다. 노사 대화합 선언은 경제위기의 긴 터널을 힘을 모아 반드시 돌파해내겠다는 노사의 굳은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기업들, 양보 교섭 잇따라 동참

노동부가 자체 집계한 현황을 보면 임금동결과 임금반납, 무교섭 등을 통해 노사가 상생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사업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SK에너지(주) 인천콤플렉스의 경우 노조 측은 임금동결을, 회사 측은 부장 이하 일반직 비조합원의 연봉을 5% 반납키로 했다. 또 임원은 연봉의 10~30%와 성과급 50%를 반납하고,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주) 군산조선도 사장 100%, 부사장 50%, 기타 임원 30% 등 임원들이 앞장서서 급여 반납을 결의했다. 경남 양산시의 삼양화학공업(주)은 노조 측에서 임·단협 무교섭을 회사에 위임했고, 회사는 임금 3% 인상과 단협 동결, 고용보장을 구두로 약속했다.
이처럼 전국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 양측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함으로써 무분규를 통해 상생 발전의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위클리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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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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