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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려고 한두 권 복사하는 것도 죄가 되나요? - [문화부 직원들이 들려주는 저작권 이야기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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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새 학기의 한 풍속도 - 불법복제를 권하는 사람들

“어떡하지? 등록금도 겨우 해결했는데, 책값이 만만치 않네. ”

“ 걱정마! 부담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인터넷 ○○사이트에서 신청하면 인쇄소에서 택배로 바로 배송해주던데. 품질도 원본과 다름없어.”

“ 복사집에 강의교재 맡겨 놓을 테니, 신청자는 과대표에게 말하고 찾아가면 돼.”

활기찬 새 학기의 풍속도를 흐리게 하는 어두운 그림입니다. 저의 잘못된 상상력이기를 바라지만 이와 비슷한 일이 아직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7080세대들의 학창시절에 비하면 개인이나 사회가 많이 윤택해졌음에도 ‘교수님이 학생들의 불법복제를 모른 척 하고, 학우들끼리 불법복제를 돕는 안타까운 풍경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책값이 너무 비싸다’, ‘원서라 구하기가 어렵다’, ‘용돈이 부족하다’ 등등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배움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치게 관대한 분위기도 일조했으리라고 짐작합니다.

학생이 자기 학습용으로 한두 권 복사하는 것도 죄가 되나요?

“교재를 복사해서 팔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학습을 위해서, 여러 권도 아니고 한두 권 복사해 쓰는 것마저 죄가 된다면 너무한 것 아닌가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상·하반기 새 학기에 전국 대학가 복사업소를 대상으로 불법복제물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속개시 이전에 전국의 대학 및 복사업소에 불법복제 근절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법복제물은 매년 다량 적발되고 있으며 크게 개선되지 않는 형편입니다. 올해의 경우 총 519건,11,753점을 적발하였습니다. 이를 차곡차곡 쌓으면 거의 남산타워 높이와 맞먹을 만큼 방대한 양입니다.

또한 「2009년도 저작권보호 연차보고서(저작권보호센터 발간)」에 따르면, 2008년도불법 출판시장으로 인한 합법 출판시장 침해규모는 무려 4,471억원을 상회하며 이는 전체 합법 출판시장 3조 2,885억여 원의 약 13.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있을까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거나 애지중지하는 애장품을 다른 사람이 대가없이 달라면 줄 수 있을까요?’ 누구라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줄 압니다. 그래도 학생들의 자기 학습용 교재 복사를 허용해야 될까요?

불법복제, 확 줄일 수 없나요, 왜 여전한가요?

“단속능력이 부족한 걸 까요, 복사업소의 진화인가요 아니면 수요가 줄지 않아서인가요? 혹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은 아닐까요?”

실제로 불법복제 현장을 단속하다보면 날이 갈수록 단속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복사업소는 교재를 PDF 파일 형태로 저장해두고 학생들의 입맛에 맞추어 전량 또는 주요 부분을 편집하여 출력하기도 하고 단속이 뜸한 야간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복사를 합니다.

그리고 간판 없이 제3의 장소에서 첨단화된 복제기기로 불법 복제물을 만들고 온라인 및 전화 주문을 받아 택배, 퀵서비스, 자체 배달 등으로 단속망을 피해 불법복제물을 유통시키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규모 영리·상습업자를 적발하려면 야간이나 주말근무는 물론이고, 잠복근무도 필요한데 인력 및 장비를 충분히 공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단속과정 중에 업주와의 마찰이 잦아지고 증거물을 가지고 도주하거나, 협박 또는 복사실 집기를 부수는 등 일부 복사업소들이 단속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단속반원이 어렵게 영리·상습 복사업소를 적발하더라도 대부분 소액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형편이며 학생들의 복사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법복제!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여전한 불법복제,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조금씩 희망을 보여주는 변화들이 보입니다. 자체적으로 “불법복제물을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나아가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불법복제물을 단속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방 모 대학의 경우에는 수업시간에 불법 복제한 전공서적을 가진 학생은 수업을 듣지 못하게 하는 등 저작권보호 의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하고 긍정적인 노력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법복제, 오늘도 여전합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불법복제물 추방을 위한 대학의 자정노력을 보며 대학의 지성이 결코 작은 이익을 탐하여 자신의 무한성장을 미리 한정짓거나 정의를 외면할 만큼 허약하지는 않을 것임을 신뢰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으로도 대학의 지성과 함께 불법복제물을 근절하고 합법적인 저작물의 유통 확대를 위해 단속활동과 계도·홍보활동을 계속함은 물론 편리한 저작권 유통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희망도 함께하면 한 걸음 빨리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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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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