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성공이야기 (1억 빚 털고) - 1억 빚 털고 새 출발한 일식조리사 부부 이야기
기사수정
가족,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보석
즐거우나 어려우나 언제나 함께…‘가족이 희망이다’

장기불황에 가정이 멍들고 있다. 남편이 아내 곁을 떠나고, 엄마가 아이를 버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일구는 아름다운 가족들이 있다.

가장의 사업 실패, 가난과 폭력 속에서도 함께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가족’을 만났다.

 
“지금의 내가 있는 건 믿어준 가족 덕분”

서울지하철 3호선 매봉역 부근에 문을 연 일식집 ‘스시 생’의 주인 김윤상(46) 씨. 간판이 달리는 걸 보는 그의 눈에 눈물이 서렸다. 열서너 평 남짓한 작은 가게는 남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았겠지만, 그에겐 ‘기적’과도 같았다.

1989년 관광공사 호텔학교 조리과를 졸업할 때만 해도 그는 남부럽지 않은 가장이었다. 일식 기능사와 양식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서울시내 유명 호텔과 일식전문점을 거치며 기술을 익혔다. 그렇게 10년 세월을 보낸 후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35평의 근사한 일식집을 차렸다. 그러나 2년 만에 가게는 문을 닫았다. 4천여만원의 빚을 남긴 채였다. 배달전문 일식으로 전환했지만, 다시 실패했다. 이번에는 배달사원 관리가 문제였다. ‘햄버거’에 손댔지만 역시 망했다. 자영업자가 된 지 5년 만에 빚은 1억원으로 불어 있었다.

“기술만은 자신 있었는데, 나이가 있어서인지 그땐 주방 자리도 나지 않더라고요. 부르는 데만 있으면 어디든 가서 일을 했고, 막노동판도 마다하지 않았죠.”

돈이라곤 5천원짜리 지폐 한 장이 전부였던 날도 있었다. 아내 하귀야(43) 씨도 팔을 걷어붙이고 일용직 청소원으로 나섰다. 겨우 전남 순천에 자리가 났다. 남편은 순천에, 아내와 아이들은 서울에 남았다. 김 씨가 주말에 상경해 가족들 얼굴만 보고 다음날 새벽 기차로 내려가는 일이 되풀이됐다.

집에 단돈 5천원 한장뿐…

김 씨는 “돈만 벌 수 있다면, 무슨 고생을 못하랴 싶었죠”라며 그때를 떠올렸다. 하지만 아내 생각은 달랐다. “가족은 함께 있어야 가족이에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저도 순천으로 내려갔지요. 남편만 고생하도록 하고 싶지 않았어요.”

당시 중학생이던 큰아들은 낯선 그곳에서 적응을 못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하 씨는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집안 형편을 설명하고 납득시켰다고 한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해 이렇게 돼서 미안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아빠는 정말 열심히 일하신다고 말해줬어요. 아이들도 원망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더라고요.”

절망 속에서도 김 씨는 매일 희망을 꿈꿨다. 자신의 실패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았고,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구상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책들을 읽은 게 도움이 됐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부에겐 신앙 또한 힘이었다.

“꿈꾸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전 열심히 꿈꾸었고, 마침내 기회를 만났습니다.”

서울 강남구와 사회연대보증은행이 주관해 저소득층에게 장기저리로 돈을 대출해주는 ‘희망실현창구 창업지원자금’은 깜깜한 터널 안에서 만난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 그는 서류를 준비해 구청에 신청했다. 서류심사 통과, 면접, 실기시험을 거쳐 1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그렇게 창업자금 5천만원을 받았다. 창업 아이템은 머릿속에 이미 있었다. 1만원대 중저가 초밥집. 신선한 재료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되 인건비나 상가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게 경영 원칙이었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비슷한 컨셉트의 가게를 성공리에 운영하고 있는 선배를 멘터로 삼았다.
 
“바닥인데 뭐가 두렵겠어요”

당시 김 씨의 주변에는 ‘작은 기적’이 연이었다. 주택 문제도 그랬다. 수도권에 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동탄지구 임대아파트 청약에 도전했다. 35가구가 남았는데, 그가 가진 번호는 57번. 남들은 순번이 안 된다고 포기하고 돌아갔다. 그는 버텼다. 그리고 마지막 한 채가 그의 집이 됐다. 골칫거리였던 보증금도 처남들이 선뜻 빌려줬다.

“이젠 정말 열심히 해야죠.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요. 강남구청에서 빌려준 돈을 매달 80만원씩 갚아나가고, 우리 가족 먹고 살 정도만 되면 돼요.”

김 씨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게 두렵지 않다고 했다.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두려울 게 뭐 있겠어요. 또 제겐 무슨 일을 해도 믿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인 가족이 있지 않습니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는 옵니다.” 위클리공감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sgumi.kr/news/view.php?idx=23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케미 오코노미야끼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