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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어린 시절에 못 배웠던 한을 이제야 다 푼 것 같습니다. 숙명여대에 왔다는 것이 영광이고 말할 것도 없이 아주 행복합니다."

숙명여대 미래교육원 사회복지학과 신입생 김갑녀(87) 할머니가 10일 서울 용산구 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치켜들었다.

사진: 연합뉴스 ,입학 축하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0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미래교육원 입학식에서 문시연 총장이 학업에 도전하는 새내기 김갑녀(87), 모부덕(87) 할머니에게 학교 점퍼를 입혀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3.10 seephoto@yna.co.kr

이날 입학식에는 1938년생으로 김 할머니와 동갑인 모부덕 할머니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최고령 응시자로 알려진 임태수(84) 할머니도 참석했다.

문시연 총장이 올해 최고령 입학생인 김 할머니와 모 할머니에게 '과잠'(학교 점퍼)을 입혀주자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 듯 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문 총장은 "배움에는 나이가 없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데 늦었을 때란 없다"며 "입학식을 시작으로 이어질 학업이 여러분의 삶에 특별한 의미와 기쁨을 더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축하했다.

모 할머니는 "공부란 열심히 할 끈기만 있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수줍게 웃으며 화답했다.김 할머니는 1945년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목욕탕 세신사(洗身師)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다섯 딸을 홀로 키우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평생 한이 됐던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것은 약 70년이 지나 여든이 돼서였다. 김 할머니는 만학도가 한글을 공부하는 양원주부학교에 입학해 일성여중·고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입학 소식을 들은 딸이 '말이 씨가 됐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초등학교 때 편지에 중·고등학교에 대학까지 갈 꿈을 품고 있다고 적었거든요. 어디서 강의라도 한다면 안 빠지고 쫓아다녔어요. 딸한테 '이제야 모든 꿈을 이뤘다'고 말했죠."

김 할머니와 같은 반 친구였던 모 할머니도 "젊은 친구들을 보니 마음이 설레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된다는 게 가장 기대된다"며 "건강도 챙기고 열심히 학점도 잘 따서 졸업까지 하는 게 목표"라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교사가 꿈이었던 임 할머니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중학교 2학년 때 학업을 멈춰야 했다. 아버지 병간호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가정을 꾸린 뒤엔 4남매를 키우느라 연필을 다시 잡기까지 60여년이 걸렸다.

할머니는 "다리를 수술해서 잘 걷지 못하는데 졸업할 때까지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잘 배워서 다른 사람들한테 하나라도 잘 전달해주고 싶다. 대학뿐 아니라 대학원까지 가고 싶다"고 했다.

경북중앙신문은 연합뉴스와 기사 제휴 매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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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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