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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고수들의‘나만의 1% 여가생활 즐기기’ 비법 공개”
  - 『여가고수의 시대』사례집 발간
  - 즐기는 여가, 의미있는 여가, 자기계발 여가 등 16사례 수록
  - 여가생활이 개인의 기쁨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의미를 지니는 것,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 그리고 삶의 활력을 주는 것임을 강조

 
문화관광연구원(원장: 정갑영)이 기획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가 발행한 여가활용 사례집 『여가 고수의 시대』가 발간되었다.

『여가고수의 시대』는 2006년부터 3회에 걸쳐 개최된 ‘여가활용사례 공모전’에 참여하여 수상한 사례들을 추려 묶은 것으로, 기상천외한 여가활동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해볼만한 활동들을 소개한다.

독자들은 책에서 소개된 사례를 통해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저마다 즐거운 여가를 개발해서 인생을 즐기고 행복을 나누고 있구나...’라는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나도 한번 해봐야 겠다’는 결심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책자내용에 사례별로 소개된 여가의 장점이나 tip은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여가고수의 시대』는 내용에 따라 20대부터 50대 이상의 남성과 여성이 각자 자신의 관심과 생활실태에 따라 다양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책자 발간에 때맞춰 유명 독서커뮤니티나 주부커뮤니티를 통해 서평이벤트나 기획특강을 계획중이다.

예를들어 20대 남성과 여성들에게 글로벌경쟁력과 창의력을 가질 수 있는 여가활용으로 각국 대사관의 문화원 탐방이나 전시회 관람 등의 사례가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며, 50대 이상의 연령층은 여가활동을 통한 사회적 봉사활동이나 연령대에 맞는 야외여가활동으로 고아원봉사나 장구, 또는 디스크골프 등의 사례가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다.

 
여가고수의 시대』는 ‘행복나누기’, ‘함께해서 행복하기’, ‘여가의 매력찾기’ 등 3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책자는 국민들에게 여가활용의 방법과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다양한 여가활동을 확대시키고 사회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행복한 여가를 권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개된 사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진행한 ‘여가활용공모전’ 사업을 통해 선정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발굴과 정보제공을 위해 두 기관은 지속적으로 공모전을 진행할 계획이며, 관련 블로그(http://blog.naver.com/leisure2006, http://town.cyworld.com/kcti)를 통해 관리해갈 계획이다.

[목 차]
Part 1. 행복 나누기
1) 당신도 누군가의 설리번 선생님이 될 수 있다!
: 고칠 수 없는 편지 & 아이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2) 땅그지라 놀려도 좋다~: 꼴찌에서 1등으로, 실내가드닝
3) 나? 그림 읽는 여자! : 시공을 뛰어넘는 작가와의 대화, 미술관 투어 & 도슨트
4) 경복궁은 내가 지킨다! : 보람 넘치는 문화유산 시민활동, 우리 궁궐지킴이!

Part 2. 함께 해서 행복하기
5) 60세 장구소녀를 아시나요? : 만성불면증을 날려버리다, 장구와 사물놀이!
6) 우리 드라마 한 번 써볼까? : 수다만 떨면 드라마 한 편이 뚝딱! 스토리클럽
7) 골프는 공으로만 한다는 편견을 버려! : 원반을 던지며 골프를 즐긴다? 디스크골프!
8) 나이 먹었다고, 아줌마들이라고 못할 쏘냐? :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 것, 산악자전거!
9) 우리 아이를 컴퓨터에서 탈출시키자! : 온 가족이 함께 자연 속으로 풍덩! 오토캠핑!

Part 3. 여가의 매력 찾기
10) 넌 배낭여행 가니? 난 지하철 타고 세계여행 간다~
: 지하철 표 한 장이면 준비 끝! 각국 문화원 탐방
11) 주몽? 레골라스? 다 비켜! 내가 바로 신궁! : 드라마 주인공처럼 멋지게 한 발! 활쏘기 체험
12) TV만 봤을 뿐인데 살이 빠지네~ : 난 집에서 몸짱 된다! 드라마 다이어트!
13) 누가 요즘 여가 즐기는 데 돈 쓰나? : 돈 없는 학생들을 위한 특급정보! 공짜여가 5종세트!
14) 에이~ 거짓말! 이게 진짜 종이로 만든 거라고? : 종이로 만드는 프라모델, 페이퍼크래프트
15) 앞서 가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따라와~ : 내가 IT의 황제가 된 비결은? 전시회 관람!
16) 오늘은 왠지 모로코 차가 마시고 싶다 : 그들처럼 산다, 작품 속 주인공 따라 하기


[첨부] “책 속으로”

#고칠 수 없는 편지 – 고아원 봉사
오늘도 어김없이 12시를훌쩍넘겨집에도착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언제부터인지 내 몸과 마음에 늘어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죽음 같은 피로……. 나는 학원 강사다. 오후 1시에일어나아침을먹고학원에서밤까지수업을한다. 하루하루가 아이들과의 전쟁이다. 계속 서서 강의를 하다 보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들 역시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고, 우리는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모두들 괴로워하며 아등바등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잡생각도 잠시, 종이 울리면 나는 다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강의실로 향한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 자고 나면 학원 가고 자고 나면 또 학원 가고, 주 5일을 이렇게 보내면 일요일은 하루 종일 잠만 자며 충전 아닌 충전을 하는 것이 내 생활이다. 하도 지겨워 그 지겨움마저 무뎌졌는지, 시간은 잘만 흘러가고 내 삶은 그렇게 점점 빛을 잃어갔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취미활동이라도 하나 가져볼까 검색창에 이런저런 떠오르는 것들을 다 넣어봤다. 운동, 산행, 독서……. 그렇지만 어느 것 하나 감흥이 없었다. 하긴 원체 의욕이 없으니 흥미가 동하는 것도 잘 없는 게 당연했다. 시시했다. 그렇게 얼굴만 찌푸린 채로 의자에 기대어 있는데, 이 선생이 다가와서 뭘 내밀었다.
“송 선생님, 심심하시죠? 그럼 여기에 하트 좀 그려주실 수 있어요?”
엽서였다. 깨알 같이 적힌 글 위에 하트를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이게 뭔데요?”
다소 퉁명스럽게 물었다.
“아, 아이들 주려고요.”
이 선생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이들이요? 학원 아이들이요?”
“아니요. 고아원 아이들이요.”
“어떤 고아원이요?”
나는 놀라며 이 선생에게 다시 물었다.
“고아원에도 어떤 고아원이 있나요?”
이 선생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일요일에 제가 공부를 봐주는 고아원 아이들이 있거든요. 교회에서 고아원에 계시는 총무님을 알게 되었는데 애들 공부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 하셔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성적도 많이 올라서 신나는지 저를 친누나 친언니처럼 생각하면서 편지까지 보내주네요. 그래서 저도 답장을 쓰는 중이에요.”
이 선생의 얼굴이 화사하게 빛난다.
“이 많은 편지를 혼자 다 썼어요?”
“네, 즐겁거든요.”
“즐거워요? 그게 말이 되나요?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고 또 못 쉬고 고아원 가서 애들 가르치는데 즐거워요?”
“송 선생님도 한번 해 보세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요? 저는 요즘 여가시간을 여기에 다 쏟아요.”
“에이, 거짓말 하지 마세요. 무슨 그게 여가에요? 노동이지.”
나는 이 선생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학원에서 애들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가시간에 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 쉽게 납득되질 않았다. 그런데 이 선생은 날이 갈수록 웃음도 많아지고 틈만 나면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정말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겐 너무 신기하기만 했다. 그래서 이 선생 말대로 일요일에 잠이나 자느니 한 번 놀러 가볼 겸 따라 나서보기로 했다.

고아원 아이들이 갓난아이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그 곳에 가서 처음 알았다. 선생이 아닌 주부나 아저씨들이 돌아가면서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를 손수 지도하고 있었는데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며 표정이 신기하게도 아주 밝았다. 이 선생을 2~3시간 도와주고 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고아원에서 내준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봉사한 아홉 명의 선생님들과 커피를 마셨다. 어떤 사람은 광고회사 대표, 어떤 사람은 주부, 어떤 사람은 용접기사, 어떤 사람은 대학생……. 직업도 다양했다. 모두들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아주 즐거워했다.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얘기도 했다. 나는 피곤해 죽겠는데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사람들과 헤어진 후 나는 또 피로 때문에 침대에 쓰러져 눈을 감았다. 다음날 어김없이 울리는 자명종 소리, 또 달려야만 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지만 달려야 했다. 학원에 도착하니 이 선생이 나를 보고 이번 주도 같이 가자며 커피를 내민다. 싫다며 손을 저었다. 가자 가자 해서 한 번 가보긴 했지만, 별다를 것도 없지 않았나.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이 선생이 내게 봉투 몇 장을 내밀었다. 나는 ‘혹시 이 여자가 나를 좋아하나?’ 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봉투를 뜯어보았다. 아이들의 편지 6장이 들어있었다. 딱 하루, 겨우 2~3시간 가르쳤을 뿐인 아이들이 내게 편지를 쓴 것이었다. 보고 싶다고, 또 언제 오냐고 써있었다. ‘겨우 하루 만났는데 왜 나를 보고 싶어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학원 수업을 마친 후 이 선생과 걸으며 물었다.
“이 선생님은 왜 그렇게 고아원 봉사를 열심히 해요?”
“송 선생님.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려 준다는 것, 기쁘지 않으세요? 그 애들은 사람을 그리워한답니다. 부모도 없는 그 아이들에겐 단 1분의 즐거운 만남이 평생을 간대요. 아이들에겐 배움이 지식을 채우는 게 아니에요. 선생님은 엄마고 아빠고 친구거든요. 바쁘게 살면서 겨우 하루 이틀 주어지는 자유시간에 스키 타고, 테니스 치고, 영화 보면서 즐기는 것도 좋지만, 꼭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아이들을 만나고 의미있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운걸요.”
이 선생의 말에 대꾸다운 대꾸도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시간은 또 흘러 다시 일요일이 되었다. 받은 편지에 간단히 답장을 적어 고아원으로 향했다. 이 선생이 나를 보더니 살짝 놀라며 밝게 웃어 주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강의실로 나를 데려갔다. 내가 맡은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들, 과목은 논술이었다. 나는 논술의 논자도 모르는 아이들을 학원과 똑같이 가르치려 했다. 그러나 기초가 전혀 없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아이들에게 편지쓰기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자~ 오늘은 편지를 써보자. 논술도 결국 글쓰기라 자꾸 쓰다 보면 늘어. 그러니 어렵게 생각 말고 글쓰기의 기본인 편지쓰기부터 연습해보자. 각자 보내고 싶은 사람을 정해서 편지를 쓰는 거야. 정 쓸 사람 없으면 잘생긴 내게 써도 되고.”
아이들이 한바탕 웃더니 원고지에 누군가를 그리며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오늘 쓴 편지는 선생님이 정확히 교정을 해서 다음 주에 가져다 줄 테니 열심히 써야 한다!”
시간이 다 되어 아이들이 편지를 걷어왔다. 나는 첨삭을 하기 위해 펜을 들고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단 한 글자도 고칠 수가 없었다.
‘엄마, 오늘도 아이들이 나를 왕따시켰어. 그런데 전처럼 안 울었어. 울면 더 바보 같고, 애들이 더 놀리니까 안 울었어. 나중에 나도 하늘나라 가면 그때 다 모아 두었다가 엄마 앞에서 실컷 울려고 안 울었어.’
‘엄마, 오늘 총무님이 나 용돈 줬어요. 나는 총무님한테 준 것 하나도 없는데 총무님이 나를 위해 용돈 주셨어요. 하나도 안 쓰고 모아뒀어요. 그거 모아서 나중에 내가 크면 총무님한테 큰 선물 주려고요. 장하죠?’
‘선생님도 나를 버리면 안돼요. 선생님이 공부 안 가르쳐줘도 괜찮아요. 그냥 옆에만 있어준다면 저 공부 잘할 거에요. 그러니 절대 우리들 잊지 말고 옆에 있어 주세요.’
고칠 수 없는 문장들뿐이었다. 대학시절,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좋은 글은 화려하게 꾸며진 글이 아니야. 진심이 담긴 글이지. 진심이 담긴 글은 그 어떤 평론가도 비판할 수 없거든. 난 너희들이 화려한 글이 아닌, 진심이 담긴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들고 고아원으로 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받은 그대로 돌려주었다. 아이들은 고쳐지지 않은 글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글을 가르치면서 고치지 않은 글은 처음이다. 너희가 쓴 글은 하나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편지였어. 편지에 담긴 너희의 따뜻한 마음, 진실된 마음들 너무 잘 읽었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아름다운 글을 써주면 좋겠다. 그렇게만 하면 우리 중에서 장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도 나오게 될 거야. 난 그렇게 믿어.”
아이들은 눈이 동그래졌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나는 아이들의 글을 묶어 인쇄소에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나눠주었고, 그 책을 편지공모전에 보내 작은 상도 받았다. 그 상은 아이들에게 큰 자신감과 기쁨을 주었고, 우리는 요즘도 열심히 글을 공부하고 있다. 나는 정말로 이 아이들 중 나중에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나오리라 믿는다.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여가는 그저 쉬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여가는 나만 즐기는 게 아니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을 만난 이후로 이제 아침이 즐겁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강의 때문에 오후 1시에서야자명종소리에맞춰무겁게몸을일으키던내가, 이제 오전 10시면일어나아이들을위한자료를준비하곤한다. 지금의 내 모습은 한 달 전과는 전혀 다르다. 이제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실컷 잘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나를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단 몇 시간의 투자가 이렇게 내 삶을 바꿀 수 있을 줄이야…….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 너무도 아쉽다.


#만성 불면증을 날려버리다, 장구와 사물놀이!
“밤에 잠 잘 못 주무시죠? 식사도 많이 못하시는 것 같고, 화장실도 편안히 못 다녀오실 것 같고요.”
돌팔이는 아닌가 보다. 나이는 아들뻘밖에 안되어 보여도 의사라고 척척 내 상태를 알아맞히는 걸 보면.
“그런데요 할머니~ 그러시면 안돼요. 사람이 건강하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 아니 배변을 잘해야 한다고요.”
의사가 실수할 뻔했던 게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올해 벌써 60세 청춘(!)이어서 그런지 만성적인 위장질환에 식욕도 없고, 억지로 집어넣은 건 몸이 안 받아서 변비가 되고, 거기에 신경까지 엄청 날카로워져 매일 밤 불면에 시달리니 이쯤 되면 가히 고생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손자 돌봐주시느라 피곤해서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요즘 다른 어르신들은 얼마나 젊게 사시는데요.”
그런가? 맞벌이하는 아들내외 대신 살림하고 손자도 돌보고 또 틈틈이 운동까지 해야 하니 하루하루가 늘 피곤하긴 하다. 그래도 나이 들고서 아무 일 없이 적적하게 있느니 이렇게라도 바쁘게 지내는 게 더 낫지 않나?
“할머니, 제가 완전 특효처방을 내려드릴 테니까 저를 믿고 한번 그대로 해보시겠어요?”
의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번엔 뭘 권할까? 유근피, 연근, 대추차… 수면에 좋다고 하면 안 먹어본 게 없는데…
“드럼 한 번 배워보세요.”
“네?”
이게 무슨 소린가? 갑자기 웬 드럼? 나 보고?
“아니다. 드럼은 좀 어렵겠고… 장구! 장구 같은 걸 해보세요. 그러니까 타악기를 배워보시라는 말씀이에요.”
“타악기요?”
“네. 막 신나게 두들기면서 즐길 수 있는 타악기요. 그럼 많이 좋아질 거에요.”
의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60세 할머니에게 타악기를 배워보라니… 그동안 받아본 처방 중 가장 황당한 처방, 그래도 예의상 ‘네~ 그렇군요’라며 대충 대꾸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껏 한 번도 타악기는커녕 아예 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었다. 관심도 없었고 기회도 없었고. 아무래도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닌 것 같으니 내일 다시 다른 병원으로 가봐야겠다 생각하며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데, 허 참 이게 운명일까? 사물놀이반을 모집한다는 동사무소 광고지가 붙어있었다. 평소라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을텐데 오늘은 들은 얘기가 있어서인지 발걸음이 멈춰졌다. 사물놀이반이라면 의사가 말한 장구도 있을 테고 게다가 수강료도 무료, 정말 한 번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효과가 있을까? 주변에서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남편은 뭐라고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지금껏 병원 약으로 고쳐지지도 않았으니 이거라도 한 번 해보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장구교실이 열리는 동사무소로 향했다.

“저… 혹시 좀 불편한 곳 있어요?”
“네? 아니요. 괜찮은데요. 왜요?”
“아… 그냥 혈색이 좀 안 좋아 보여서요. 별 뜻 있어서 한 얘기는 아니고요. 왜 우리 나이엔 다 병 하나씩 있잖아요.”
내색 안 해도 건강은 얼굴에 다 나타나나 보다. 그래도 그렇지 처음 보자마자 환자취급이라니.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다 살짝 기분이 상할뻔할 때쯤 강사가 나타났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사물놀이반 장구교실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요, 어르신들이 주로 오셨는데 앞으로 저와 함께 신나게 한 번 두들겨 보시는 겁니다. 아시겠죠?”
열채가 어떻고 궁채가 어떻고, 북편이 어떻고 채굴림이 어떻고… 강사는 차근차근 설명한다고 하는데 사전지식이 전혀 없으니 대체 머리에 들어오질 않는다. 손잡이 끝을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잡고 아랫부분은 식지와 약지 사이에 끼운 후 나머지 손가락과 손바닥으로 가볍게 잡으라는 둥, 그러면서 손은 북편의 어디에 위치해야 한다는 둥, 또 북편을 칠 때는 손목을 어떻게 꺾어야 한다는 둥 신경써야 할 것 투성이에 용어와 환경 사람 모든 것이 생소하니 이건 완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서울역에 막 상경한 시골처녀가 따로 없었다. 수업 내내 멀뚱멀뚱 역시 괜히 왔나 싶은 후회도 살짝 들었다. 결국 아무 것도 제대로 소화 못한 채 첫 수업이 끝났다.
그런데 정말 ‘하면 된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몇 번 수업이 지나자 이제 슬슬 장단이 맞춰지는 것이다. 덩 기덕 쿵 더러러러 쿵 기덕 쿵덕~ 장단이 되기 시작하니 흥이 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회원들도 자신들이 치는 장단에 어깨를 들썩들썩 했다. 몰랐다. 내가 이렇게 음악을 좋아할 줄이야. 가무를 좋아하는 민족답게 나도 역시 그런 기질이 숨어있었나 보다. 그때부터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에 하는 그 2시간이 점점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바빠서 배워도 연습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는데, 버스에 앉아서 쿵덕, 잠자려 누워서도 쿵덕 계속 무릎을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장단을 맞추게 되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때도 또 부엌일이나 집안일을 할 때도 손가락으로 머릿속으로 계속 장단을 맞췄다. 시작한지 한 달만에 코웃음치던 장구에 완전히 빠져들어버린 것이다.

“축하드려요. 여러분의 첫 공연이 잡혔습니다!”
어느 날 강사가 수업을 마치고 웃으며 깜짝소식을 들려줬다. 공연! 하긴 이제 우리도 어엿한 음악인(!)인데 당연히 공연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목표가 있어야 동기도 생기는 법, 공연 얘기가 나온 후부터 모두들 소년소녀처럼 들떠서 한층 더 연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집에서 TV도 안 보고 하루종일 손바닥으로 무릎을 내리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주생활이 장구연습이고 나머지 일들은 부수적인 것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선물이야.”
장구수업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남편이 웬 큼지막한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생일도 아니고 아무 날도 아닌데 갑자기 무슨 선물? 궁금해하며 열어봤더니 세상에! 장구가 들어있었다! 너무나 갖고 싶었던 개인 장구, 하지만 가격도 있고 나이들어서 주책이라는 소릴 들을까 얘기도 안 꺼내고 있었는데 남편이 어떻게 내 마음을 알고 선물한 것이었다.
“공연 한다며? 망신 안 당하게 연습하라고.”
무뚝뚝한 말투 속에 담긴 속마음이 고마웠다. 남편이 사준 장구를 들고 주말에 동료들과 함께 연습하는 단지 근처 농장에 가니 사방에서 ‘빛이 번쩍번쩍 난다’, ‘남편이 너무 멋지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러고 보니 평소엔 낯도 많이 가리고 말수도 적었던 내가 장구를 시작한 다음부턴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항상 주변인이었는데 말이다.

“엥? 엄마 그거 배운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공연을 해?”
“공연이요? 정말요? 어머님 너무 멋지세요! 와~ 우리 어머님 최고!”
엄마가 뭘 하겠어 라는 식으로 반신반의하는 아들과 달리 며느리는 활짝 웃으며 예쁜 행동을 했다. 멋진 시어머니가 된 것 같아 기분 좋으면서도, 며느리와 달리 심드렁한 아들자식 때문에 조금 약이 올랐다. 반드시 멋진 공연으로 콧대를 눌러줘야지. 아무튼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에게 나의 첫 무대인 <어버이날 효 공연>을 알렸다.

“요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 알아요?”
연습을 마치고 한 동료가 말했다. 장구교실 첫 날 내게 어디 아픈 곳 없냐며 환자취급을 했던 그 동료였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줄 알았어요. 혈색도 안 좋고 힘도 너무 없어 보여서요.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점점 젊어지는 것 같네요. 건강이 너무 좋아진 것 같아요.”
몇 달 만에 완전히 내가 다른 사람이 된 모양이다. 사실 그랬다. 젊은 의사가 권했던 장구는 그의 말대로 내게 정말 특효처방이었다. 우선 신나게 두들기면서 온갖 스트레스가 다 풀렸고, 운동량이 느니 자연히 식사도 많이 하게 되었으며 배변도 원활해졌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밤에 잠이 정말 잘 왔다. 계속 불면으로 고민하던 내가 단잠을 자게 된 것이다. 의사가 얘기하던 3가지 어려움이 해결되니 이제 주변 사람들도 확연히 알아볼 만큼 건강을 되찾게 된 모양이었다. 엉뚱한 소리라고 웃어넘겼었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할머니! 오늘 장구공연 잘하세요!”
“어머님, 오늘 기대할게요! 옷도 너무 잘 어울려요!”
“엄마, 떨지 말고 하세요. 어차피 좀 틀려도 듣는 사람들도 잘 몰라.”
“잘하고 와.”
“파이팅~!”
손자부터 아들내외와 남편,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의 응원을 받으며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 의자에 앉으니 그때부터 갑자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음식과 음료수가 준비되어있었는데 손이 가질 않았다. 다들 긴장해서 각자 악기를 두들겨보는데 이상하게 연습할 때보다 잘 안되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쓰였다. 그때 강사가 들어왔다.
“어? 이상하다? 제가 가르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 다 어디 가셨죠? 웬 여고생 남고생들이 있네?”
강사의 농담에 다들 웃음이 터졌다. 순간적으로 긴장이 누그러졌다.
“자! 오늘 이렇게 잘 차려 입으시니까 정말정말 멋지세요! 다들 깜짝 놀랄 겁니다. 준비 되셨죠? 그럼 한 번 나가볼까요?”
비록 큰 무대는 아니지만, 주민들의 엄청난 환호와 박수, 날 향해 웃으며 손 흔드는 가족들, 60세 장구소녀의 화려한 데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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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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