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70살 노인분 창업이야기 -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 할머니들...
기사수정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재취업에 성공해 활기찬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있어 만나봤다.

 
70살 할머니들의 창업이야기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창출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노인일자리 사업’을 위한 전문교육프로그램들이 전국 곳곳에 생기고 있다.

노인 일자리전담기관인 전주효자시니어클럽에서도 노인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2009 노인 일자리 사업’을 펼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은 전통문화사업, 보육사업, 장터누리사업 등 11개의 다양한 사업으로 어르신 총 120명이 재취업하는데 일조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재취업에 성공해 활기찬 ‘제 2의 인생‘을 살아가는 할머니들이 있어 만나봤다.
 
70대 할머니들이 창업한 첫 직장

전주시 중앙동 남문지구대 근처의 ‘엄마손 찐빵’에서 일하는 할머니 4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7월에 문을 연 ‘엄마손 찐빵’은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취미 여가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곳으로 70대 할머니들이 사장 겸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이 찐빵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금암노인복지관 행사 때 할머니들이 제과점에서 찐빵을 가져다 노인복지회관에 팔면서부터다. 할머니들이 파는 찐빵은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이에 아이디어를 떠올린 금암노인복지관이 ‘엄마손 찐빵’ 가게를 창업하기로 했다.
 
전라북도 지정 노인일자리전담기관인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은 금암노인복지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할머니들에게 정부보조금 5000만원을 지원했다.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은 ▲유쾌한 훈장님! /전래동화 인형극단 (전통문화강사 파견사업) ▲뽀빠이사업(농촌일손파견) ▲티끌모아태산(소일거리제공) ▲아이돌보미(가정으로 파견해 아이를 돌보는 사업) 등으로 매년 200명이 넘는 노인들에게 사회활동의 기회를 제공해오고 있다.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의 지원을 받은 할머니들은 2주 동안 제빵 기술을 배운 뒤 갖고 있는 노하우를 접목해 가게를 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창업초기에는 큰 매출을 기대하긴 어려웠단다. 정부에서 지원한 5000만원으론 제빵기와 발효기, 냉동고, 냉장고 등 필요시설을 구입하고 목이 좋은 가게를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홍보가 부족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들의 창업은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사회활동에 참여해 노년에 보람을 느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었기에, 할머니들은 즐겁게 일했다. 주위 사람들은 즐겁게 일하는 할머니들의 모습과 찐빵의 엄마 손맛에 입소문을 냈다. ‘엄마손 찐빵’은 정부기관 납품을 시작으로 방송과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찐빵 만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눈도 즐겁게 손발이 척척 맞는다. 팥을 전담으로 정성스럽게 씻어 삶는 어르신과 밀가루 반죽을 담당하는 어르신, 빵을 만들어 솥에 찌고 손님을 맞는 어르신 등 반죽부터 포장까지 각자 맡은 분야를 무리 없이 척척 해내고 있었다.
 
또한 할머니들은 매주 월요일 아이디어 회의를 열어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 손님들을 위한 어린이용 찐빵도 개발해 인기가 많다. 아몬드, 쿠키, 초콜릿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견과류를 장식해 만든 판다 얼굴 찐빵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 간식으로 팔리고 있다.

엄마손 찐빵의 막내 양점례 어르신(66)은 “우리 손자 같은 아이들, 우리 가족들이 먹는 간식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만들 때보다 더 정성을 들인다”며 “또래 할머니들과 함께 말벗도 하고 어디서들 그렇게 천연재료를 구해오는지 나도 배우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집 찐빵은 어디 가서 구경도 못한다”며 방금 막 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을 건네주셨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엄마손 찐빵’은 시장에서 파는 찐빵과는 달리 색이 정말 선명하고 고왔다. 한 입 크게 베어 무니 맛 또한 일품이었다. 속에 꽉 찬 팥과 향긋한 쑥내가 함께 하니 보는 눈과 먹는 입이 즐거울 수밖에.
 
엄마손 찐빵의 비밀은 바로 ‘엄마의 정성’
어디서들 알고 왔는지 손님들이 하나 둘씩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들러 ‘엄마손 찐빵’을 사먹는다는 이웃 주민 김모씨(49·여)는 “이 집 찐빵은 말 그대로 정말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신 손맛 그대로”라며 “맛이 좋을 뿐 아니라, 할머니들도 친절해 한번 찐빵을 산 사람들은 모두 단골이 될 정도”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할머니표 찐빵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살펴봤다. 그것은 바로 적당한 쫀득쫀득함을 가져오는 할머니들만의 발효시간과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였다.

하지만 ‘엄마손 찐빵’의 가장 큰 비결은 말 그대로 엄마의 손맛과 정성이었다. 자연에서 얻는 질 좋은 재료인 치자, 쑥, 당근 등을 사용해 집에서 만들 듯 정성을 쏟아 청결하게 만든다는 점이 맛의 비결이었다. 할머니들은 모두 장사의 이윤보다 일하는 즐거움, 우리 가족이 먹는 간식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팔고 있다고 한다.

엄마손 찐빵은 직접 판매할 뿐 아니라 세 박스 이상 주문할 경우엔 배달 판매도 하고 있다. 현재는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의 사회복지사가 매장관리를 위해 배달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남자 어르신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맛도 좋고 정이 있는 ‘엄마손 찐빵’은 가격도 싼 편이다. ‘엄마손 찐빵’은 1박스 단위로 어른용 30개, 어린이용 40개가 각각 1만원이다. 5개에 3000원인 시중 찐빵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엄마손 찐빵의 초기 수익은 월 58만원이었지만 최근에는 월 300만원을 웃돌 정도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용돈 버는 재미까지 ‘쏠쏠’
엄마손 찐빵의 사장님이자 종업원으로 일하시는 어르신들은 모두 이곳이 첫 직장이라고 한다. 건강을 고려해 하루 네 시간씩 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한 달 일하고 42만원을 받는다.

월급이 너무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오전이나 오후 한 나절만 일하고 나머지는 내 시간으로 보낼 수 있어 좋다”며 “돈보다는 이 나이에 나만의 직업이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다.

평생 집에서 집안일만 하다 처음으로 직장을 다닌다는 유부열 어르신(69)은 “우리 같은 노인네들한테 이런 일자리를 제공해줘서 고맙다”며 “앞으로도 이런 일자리가 많아져 다른 할머니들도 신바람 나는 제 2의 인생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해 8월부턴 ‘한(韓)’ 브랜드 사업으로 진출
엄마손 찐빵의 주문과 매장관리를 도맡아 하는 전주효자시니어클럽의 김택상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엄마손 찐빵을 천안호두과자처럼 전주를 대표하는 먹을거리로 만들고 싶다”며 “올해 8월에는 ‘Buy Jeonju’ 사업과 함께 ‘한’ 브랜드 사업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노인일자리 사업은 어르신들이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으로 생산적인 노후를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어르신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늘어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노후에도 활기차게 생활하기를 바란다. 또 ‘엄마손 찐빵’이 더욱 번창해 전국에 있는 어르신들의 희망과 용기를 주는 기업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기자단 박하나 ladyhana05@naver.com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sgumi.kr/news/view.php?idx=56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케미 오코노미야끼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