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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의 위기관리를 보며 (서울대 조동성교수) - 정부 위기, 대처 잘하면 藥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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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는 이런 사례로부터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위기는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를 관리하는 메커니즘이 없는 데서 온다. 둘째,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만드는 책임은 CEO에게 있다.

 
시론/조동성]버거킹의 위기관리를 보며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손꼽히는 잭 웰치 GE 회장과 대화한 적이 있다.

조: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크게 네 가지인 것 같습니다. 첫째는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체이고, 둘째는 운이나 산업구조 같은 외부 환경, 셋째는 돈, 기술을 포함한 내부 자원입니다. 넷째는 기업 안에 스며들어 있는 메커니즘입니다. 이 네 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기업 성쇠, 내부 메커니즘에 달려

웰치: “넷째가 제일 중요하지요. GE에서는 이를 운영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변화가 생기면 운영시스템이 바로 작동하지요. CEO는 그 메커니즘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조: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CEO는 재직 때의 업적이 아니라 퇴임하고 한참 후 (그가 만들어낸 메커니즘에 의해) 회사가 이루어낸 업적으로 평가된다.”

웰치: “맞습니다. 저에 대한 평가는 오늘이 아니라 5년 뒤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세계적 햄버거 체인업체인 버거킹의 피터 탠 아시아퍼시픽 총괄 사장이 동아일보 황호택 수석논설위원에게 보낸 7월 3일자 편지와 보도문 내용으로 관심을 끌었다. 버거킹은 황 위원이 ‘버거킹이 월령(月齡)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쓴다’고 한 6월 21일자 칼럼에 대해 처음에는 부인했다가 이날 보도문을 통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쓴다는 것을 시인했다. 한국버거킹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은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본사 윤리강령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기관리 사례는 수없이 많다. 1982년 정신이상자가 독극물을 주입한 용기에 들어 있는 타이레놀을 먹은 소비자 7명이 죽었다. 이때 타이레놀의 제조원인 존슨앤드존슨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주식 시가총액이 10억 달러 이상 떨어졌다.

1986년 비슷한 상황이 터졌다. 이때 회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힌 뒤 전 세계 매장의 타이레놀을 모두 즉각 수거해 처분하고 피해자에게 보상을 했다. 그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외부주입방지 포장용기’를 개발했다. 소비자들은 존슨앤드존슨이 솔직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를 더 신뢰하게 됐다.
 
존슨앤드존슨의 기민한 행동은 한 번 일어난 사고는 다시는 일으키지 않는다는 회사의 철학과 윤리경영 메커니즘이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후 존슨앤드존슨은 전 세계 제약회사 중 시가총액 1위로 발돋움했다.

버거킹이나 존슨앤드존슨의 시스템은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이 나서서 임기응변적 해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작동해 즉각 해결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을 보면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갖고 있지 못한 듯하다. 그러다 큰 문제가 터지면 실무자가 우왕좌왕하고 기업 총수가 뒤로 숨거나 어설프게 나서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경영자는 이런 사례로부터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 첫째, 위기는 위기 그 자체가 아니라 위기를 관리하는 메커니즘이 없는 데서 온다. 둘째,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만드는 책임은 CEO에게 있다.

정부 위기, 대처 잘하면 藥될수도

이 교훈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도 해당된다. 작금의 촛불시위와 이로 인한 민생의 불안, 경제 침체는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정부가 적절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 실천하고 나아가 이런 경험을 거울삼아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한다면 앞으로 각종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나라를 더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역할을 능동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가 한국을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이끄는가, 아니면 위기관리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선진국으로 이끄는가는 이제부터 정부 하기에 달려 있다. 국민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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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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