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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천안에 살고 있는 큰아들 식구들이 주말에 왔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부터 아이들이 방학이라며 오겠다고 했다가 내가 몸살기가 있어서, 그 다음 주에는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올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상봉은 더욱 더 반갑고 기다려진 만남이었다. 큰 손녀, 주영이는 그 사이에 키가 훌쩍 커서 초등 2학년이 아닌 거의 숙녀처럼 보였다. 이제 3월이면 초등학생이 된다는 둘째 녀석, 지우는 무엇이든 언니를 따라하는 아직도 아기로 머물고 싶은가보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지우가 마치 일러주듯이 "우리 엄마는 친할머니집에서는 일을 하지만 외할머니집에서는 맨날 잠만 자고 외할머니가 밥을 다 해요." 했다.

순간 나도 얼마 전까지 친정에 가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해주는 밥 먹고 오던 시절을 떠 올렸다. 말은 병상에 있는 엄마도 보고 오랜 세월 곁에서 병간호로 지친 아버지 위로하러 간다 하면서 친정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엄마, 아버지의 손님이었다.

내려간다고 전화를 하면 그때부터 도착하는 시간까지 적어도 2~3차례 어디쯤 왔느냐며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고 아버지는 손수 시장에 가서 딸이 좋아하는 멍게와 해삼을 사 두셨다. 남편과 함께 내려 갈 때에는 사위는 백년손이라 하시며 언제나 푸짐하게 회를 준비 해 두셨다.

혼자 친정으로 가는 날에는 왠지 불안해 하시는 것 같아 일부러 부모님 앞에서 남편과 전화통화를 하여 아무 일이 없는 것을 확인해 드리기도 했다.

친정에 도착하면 거실에 있는 소파는 당연히 내차지가 되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TV를 보다가 잠들기를 반복하면서 자유를 만끽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친정인 것을 작은 손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너희들이 엄마에게 가장 예쁜 딸인 것처럼 외할머니께 가장 소중한 딸은 바로 너희 엄마야. 그래서 엄마가 너희들에게 맛있는 것을 항상 해 주는 것과 같이 외할머니도 엄마를 보면 너무 좋아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드시는 것이지.”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해주면서 며느리에게 친정부모님께 잘하라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지금은 그런 말이 귀에 안들릴거다. 나도 그랬으니.....

언제나 아들만 챙긴다고 때론 불만도 토했지만 이번 주말은 돌아가신 친정부모님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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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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