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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기고문) - 물길따라 흐르는 금수강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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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이 완성되면 4대강은 물길이 바뀌고 물이 많아지면서 깨끗한 강, 안전한 강, 새로운 생명과 가치가 생기는 강으로 바뀔 것이다.

 
물길따라 흐르는 금수강촌
[기고]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처음에는 많이 반대했지요. 논에 벼를 심어 쌀을 팔아서 돈을 써야지, 꽃을 심는다고 했을 땐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요? 축제가 성공해서 너무 좋지요.”

자신의 논 중 3분의2 이상을 ‘마을 축제용 꽃 심기 터’로 내 놓은 파주시 서패리 이금식 씨의 이야기다.

2007년 처음 시작된 파주시 돌곶이 꽃축제는 서패리 마을에서 경관보전직불제와 동시에 시작됐다. 마을 이름도 서패리에서 ‘돌곶이 꽃마을’로 바꾸었다. 2007년 첫 축제에 무려 50만여 명이 방문했다. 행사기간 내내 꽃마차를 운행하고, 꽃밭에서는 저소득층 시민합동 결혼식도 열었다.

파주시는 돌곶이 꽃축제에 따른 직간접 효과가 160억 원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들고 나는 이가 없어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던 시골마을에 꽃향기는 물론 꽃 보고 웃음 가득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함평은 ‘하늘에 나비를 심는’ 역발상으로 성공한 곳이다. 전형적인 낙후지역이며 변변한 관광자원도 없는 함평이 ‘깨끗한 환경에서만 사는 나비를 소재로 대규모 축제를 열자’는 군수의 제안으로 1999년부터 나비축제가 시작되었다.

작년에는 ‘세계 나비·곤충 엑스포’로 규모를 확대해 45일 동안 126만여 명의 입장객을 유치하였고, 관람수입으로 93억여 원을 올렸다. 숙박, 식당 등에서 벌어들인 수익까지 생각하면 대박을 낸 셈이다. 이제 함평 나비 축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고, 함평은 대표적인 환경친화지역으로 버금 나게 되었다.

파주 돌곶이 꽃마을이나 함평처럼 우리 농어촌마을들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농어촌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도시민에게도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없을까?

얼마 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이 완성되면 4대강은 물길이 바뀌고 물이 많아지면서 깨끗한 강, 안전한 강, 새로운 생명과 가치가 생기는 강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4대강의 변화는 우리 농어촌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파주 돌곶이 마을과 함평처럼 꿈과 희망을 이룰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병행해 그 주변 농어촌 마을을 명품화하는 ‘금수강촌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4대강 살리기를 기회로 삼아 농어촌이 꿈과 희망이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4대강은 59개 시군을 지나가고 강 주변의 대부분은 농어촌 마을이다. 농어촌에는 강을 둘러싼 역사, 재밌는 이야기, 문화, 지리적 특성 등 테마가 무궁무진하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테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테마들을 문화, 체험, 관광, 레저 등과 결합시키면 사람들이 찾아오는 매력적인 농어촌마을을 만들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의 농어촌도 마찬가지로 부강함이 아닌 문화로 승부해야 한다.

가령 폐기되는 우체통을 모아 만남과 교류를 주제로 한 ‘러브레터마을’을 만들 수도 있다. 지역특산품인 먹는 배와 감척사업으로 폐기해야 할 타는 배를 테마로 하여 ‘배마을’을 조성할 수도 있다.

4대강에서 시작하는 금수강촌 만들기는 팔도강산에 펼칠 계획이다. 168개 시·군의 강에 얽힌 이야기, 즉 ‘River Story’를 찾아 엮어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마을 만들기를 상상해 본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이 ‘근면·자조·협동’이었다면 금수강촌 만들기는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최선을 다해 힘쓰고 쉬지 않는다)’이다. 농촌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힘을 쓰고 쉼 없이 농어촌을 희망의 땅으로 가꾸는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금수강촌 만들기에 대한 정부의 계획은 미완이다. 이를 완성시킬 주역은 농어촌 주민이다. 금수강촌 만들기가 농어촌 주민들의 꿈을 만드는 작업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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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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