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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야기다.

1978년에서 82년사이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선거준비를 위한 후원의 밤 행사에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이 부인과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모두의 시선은 상원의원이 아닌 그를 따라온 부인에 집중되었다.

세기의 여배우 Liz Taylor가 바로 그 상원의원의 부인이었다.

내 기대와는 달리 어쩜 그리도 뚱뚱하고 못생겼는지.....
아마 그때가 Liz Taylor가 가장 뚱뚱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나만큼 가까이에서 Liz를 보는 사람도 많지 않았으니....ㅎㅎㅎ

당시 나는 하원의원 곁에서 행정업무를 보좌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는 나를 최대한 선거에 잘 활용했는 것 같다.

내가 일을 잘해서 그가 늘 곁에 나를 두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생각하면 그런 것보다는 흔히 미국사회가 말하는
Minority(소수민 즉 약자)로서 여자에 다가 황색 아시아인이었으니 선거용으로는 적격!!

어쨌든 그로 인해 나는 미국의 선거를 경험했고 참 많은 것을 배웠다.
지난 4년간 도정활동을 하면서 민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해결하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결국은 그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그는 유별나게 민원이 들어오면 의회도서관에서 답을 모색하였다.

당시 나는 맨날 도서관으로 연락하여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였고
지금 같이 팩스가 없었던 때라 우편으로 또는 직접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받아와서 정리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잠깐만의 만남이었지만 며칠 전 Liz의 타계소식은 인생무상을 느끼게 했다.
그때 그 하원의원은 아직도 살아있는지.....

미국 야후사이트로 접속해 보니 의회도서관에는 그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데
모든 것이 상용화된 미국사회라 상세한 정보는 결재를 먼저해야
접속가능하여 더 이상 찾아보지 않았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끔 편지를 보내면
언제든지 미국으로 돌아오면 일자리 걱정은 하지말라며
답장을 보내주던 참 친절한 아저씨였는데.....

Liz Taylor가 세상을 떠나면서 옛날 미국에서의 생활을 잠시 떠올리는 한 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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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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