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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아마복싱 우승한 배우 이시영, 강펀치 여인?…그래도 “나는 연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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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마추어 복싱대회 우승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 이시영. 일약 스타가 된 그에게도 수많은 실패와 도전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복싱처럼, 세상을 향해 시원하게 펀치를 날린 이시영은 요즘 최고의 ‘핫스타’로 떠올랐다.


배우 이시영이 복싱 챔피언에 오르는 이변이 벌어졌다. 복싱 관계자들은 “팔다리가 긴 신체조건이 복싱하기에 상당히 좋고 근성이 있다”며 “타고난 복싱선수”라고 호평했다.

배우라고 불러야 할까, 복서라고 불러야 할까. 그의 직업은 배우다. 하지만 복서로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정체성이 불분명해진 그의 이름은 이시영이다. 화제의 복서 겸 연기자 이시영(29)을 지난 21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지난 17일 폐막한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며 깜짝 우승을 차지, 그는 현재 가장 ‘핫’한 여배우로 떠올랐다. 3월 31일 자신의 첫 주연작 <위험한 상견례>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2008년 데뷔 후 가장 따뜻한 봄날을 맞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봄을 맞기까지는 살을 에이는 엄혹한 추위도 견뎌야 했다.

작년 여자 복싱선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막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복싱과 인연을 맺은 그는 ‘연습벌레’라는 세간의 평과는 달리 복싱 연습을 너무나 싫어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3일을 연습해야 했어요.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핑계를 대면서 연습에 안 간 적도 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드라마는 찍어야 했죠.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아이였나’, ‘이렇게 의지가 없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진도가 나가 다 보니 운동을 계속하게 됐죠.”
 
부산서 영화촬영 중에도 틈틈이 대회 준비

복싱에 재미를 붙인 이시영은 지난해 11월 사회인 복싱대회인 KBI전국 생활체육 복싱대회 48킬로그램급에 출전해 우승했다. 지난 2월 서울지역 아마복싱대회인 제47회 신인 아마추어 복싱전에서도 우승컵을 안았다.

영화 <위험한 상견례>를 찍을 때는 촬영지인 부산에 가서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연습에 매진했다. 상대 배역인 송새벽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새벽 오빠도 몰랐죠. 제 사적인 일이잖아요. 제 본업은 배우니까, 제가 복싱을 한다는 걸 별로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특별히 복싱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여배우는 얼굴이 생명이라는 통념을 깨고 미모가 망가질 가능성이 있는 거친 복서의 세계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복싱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연습 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체중 조절”이라고 했다. 그는 “먹으면 심하게 찌는 체질이라 평소에도 운동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이시영은 복싱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머뭇거리고 주춤거렸다. 쑥스러운 표정도 숨기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럽다”는 심경도 토로했다.

“사실, 복싱대회에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그전부터 나갔는데…. (너무 주목을 받아) 사실 너무나 놀랐어요.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돼요. 과한 칭찬을 받은 것 같아 창피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요. 제가 잘한다는 건 연습했던 기간에 비춰 잘한다는거지, 제 절대적인 수준은 결코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너무 부풀려져 부담스럽습니다.”


이시영은 ‘여배우는 얼굴이 생명’이라는 통념을 깨고 거친 복서의 세계에 도전했다. 네티즌들은 복싱을 하는 이시영의 민낯을 보며 진정 아름답다고 호평했다.

복싱으로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연기자로서 인정받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시영은 26세 때인 2008년 드라마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신드롬>에 출연하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어렸을 적부터 연예인이 꿈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정 연예인이 되려면 대학 졸업장을 받고 나서 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시영은 묵묵히 졸업을 기다렸다. 전공인 의상디자인(동덕여대)이 적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어렸을 적부터 꾸어온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졸업 후 기다렸다는 듯 5년여간 줄기차게 오디션에 도전했다. 기획사는 수십 번, 광고나 에이전시 오디션은 수백 번을 봤다.

그리고 붙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낙방은 일상이 됐다. 기대하는 마음은 자꾸만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꿈마저 포기할 수는 없었다. 배우가 되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은 그를 더욱 강하고 단단한 여성으로 담금질했다.

“오디션을 보면서 안 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나이가 많다’에서부터 ‘결혼이나 해라’, 보다 직접적으로는 ‘넌 안 될 거야’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오기가 생기더군요. 그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이 일이 더욱 하고 싶어졌어요.”

오랜 도전 끝에 결국 <도시괴담 데자뷰 시즌3>에 출연하게 된 그녀는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주목을 끌었다. 주인공 잔디(구혜선)를 질투해 위험에 빠뜨리는 악역이다. 안티팬들이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너무 하고 싶은 역할이었어요. 팬들의 반응이 어떻다는 걸 생각 할 입장이 아니었어요. 지금도 안티팬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연기합니다.”
 
복싱으로 과한 칭찬받아 쑥스러워

그녀의 연기 경력은 데뷔 3년차로, 많지 않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 몇 편이 고작이다. 단역부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오지 못했다. 이시영은 그런 점이 “불안하다”고 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경력을 많이 쌓았으면 연기 생활하기가 수월한데, 이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잖아요. 큰 역할을 맡다 보면 연기 논란도 생길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런 건 연기를 한 경력이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복싱과 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시영은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홍대입구에서 송새벽과 함께 ‘사랑의 포장마차’ 행사에 참가한 것. 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이날 행사에서 이시영은 시민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주며 봉사활동에 매진, 눈길을 끌었다.

챔피언답지 않게 “소심하고 겁도 많으며”, 연기를 위해서라면 “안티팬도 두렵지 않다”는 이시영. 그는 좀 더 진지한 연기자, 더 나아가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TV에 나오고 싶었어요. 화려한 모습이 좋았고, 주목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시작은 그랬죠.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진지해지는 것 같아요.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글·사진: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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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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