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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창업의 요람, 실리콘밸리

필자는 지난 달 APEC 중소기업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길에 실리콘밸리에 들려 현지의 벤처창업과 투자 환경을 살펴 본 바 있다.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녹색기술과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첨단기술로 무장한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 태어나는 곳,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거대기업의 발상지, 바로 실리콘밸리의 생생한 현장을 보게 된 것이다.

2000년대 초의 벤처 붐 붕괴 이후 이렇다 할 벤처기업 성공사례를 찾기 어려워진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할 때, 실리콘밸리의 끊임없는 성공신화는 부러움의 대상을 넘어 치열한 학습과 벤치마킹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저력은 창업과 투자의 선순환에서 발생

“기술창업의 요람”으로 일컬어지는 실리콘밸리는 현장 중심의 체계적인 창업교육부터 유망한 창업초기기업에 대한 투자와 성장지원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인 지원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 주도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실리콘밸리의 형성에는 미국 정부의 역할도 컸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실리콘밸리에 자리 잡은 스탠퍼드대학교는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센터가 무려 30여 곳에 이르며, 이들을 통해 현장 중심의 창업교육이 진행되고 창업 친화적인 대학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창업을 망설일 때, “성공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돌아와서 박사과정을 마쳐도 좋다” 라면서 격려한 지도교수의 조언이 오늘의 구글을 있게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또한, 대학 인근에는 유망한 아이디어와 기술만 있으면 서로 투자하겠다는 벤처캐피탈들이 줄을 서 있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선배 CEO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업가정신과 창업의 롤 모델이 되고 있으며, 멘토로서 직접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인들도 부지기수다.

대학과 벤처캐피탈, 기업들 간의 촘촘한 네트워크에 의해서 창업과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성공신화가 다시금 창업과 투자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구축되어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 보다 5년이나 앞서 창업한 싸이월드는 SNS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지만 투자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글로벌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성공의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반면, 페이스북은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덕분에 수년간을 버티며 기업을 키울 수 있었고 지금은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를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개인이나 기업 차원의 창업 아이템이나 경영전략이 아니라, 벤처생태계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벤처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다행히 최근 들어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우리 벤처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청년 기술창업의 지역별 거점 역할을 하는 15개의 창업선도대학을 선정하여 지원 중이며,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마련 중에 있다.

아울러 지난 4월 수립한 ‘글로벌 창업 촉진대책’에 따라 세계시장을 겨냥한 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벤처 붐 조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창업 관련 학과를 개설하거나 기업가정신센터를 운영하는 대학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언론사와 대학, 벤처캐피탈 등이 자체적으로 개최하는 창업경진대회도 눈에 띄게 많아졌고, ‘벤처 7일 장터’, ‘벤처투자 사랑방’ 같은 멘토링 프로그램, 성공한 벤처1세대를 중심으로 엔젤투자와 밀착형 멘토링이 결합된 ‘프라이머’ 사례 등도 우리 벤처생태계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 라는 책에서 국가와 기업, 개인 차원에서의 세계화와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를 무대로 경쟁과 협력이 일어나는 현장을 생생히 묘사했다.

“제2의 벤처 붐”이 가시화되는 이 시점에서 정부와 대학, 기업, 벤처캐피탈이 힘을 합쳐 역동적인 벤처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면 ‘평평한 세계’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이 이번 실리콘밸리 방문의 소감이다.

(자료: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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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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