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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아버님을 뵐 때 이번 주말은 삼척에서 마라톤대회가 있으니 들리지 못한다고 말씀을 했다가 어제 저녁에 갑자기 아버님 생각이 나서 들리려 한 것인데 아버님께 삼척을 가는 길에 점심에 잠깐 뵙겠노라고 말씀을 안 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된 듯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찡하다.

 
우리 夫婦는 오늘 에 참석하기 위해 어제 아침 9시가 조금 넘어 행운동 집을 나서 삼척을 향했다. 가는 길에 산촌집에 들러 아버님에게 점심을 해드리고 가기로 하고 새벽 내내 고운 뼈다귀 해장국과 막 담근 김치를 주섬주섬 담아 차에 올랐다. 그런데 피서기간이고 주말이라 그런지 분당에서 서행하기 시작한 교통은 3번 국도에 오르자마자 시속 5km로 정체가 심했다.

따라서 오전 11시20분경 광주를 거쳐 하남, 양평, 원주를 잇는 도로를 타기로 하고 달리는데 벌레 인근에서 바라보니 중부고속국도는 그래도 차들이 시속 20km로 나가는 것 같다. 따라서 중부고속국도에 올랐는데 곤지암을 지날 때 12시가 되어간다.

지난주 아버님을 뵐 때 이번 주말은 삼척에서 마라톤대회가 있으니 들리지 못한다고 말씀을 했다가 어제 저녁에 갑자기 아버님 생각이 나서 들리려 한 것인데 아버님께 삼척을 가는 길에 점심에 잠깐 뵙겠노라고 말씀을 안 한 것이 오히려 약이 된 듯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찡하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여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이천IC에 닿는다. 산촌집을 들렀다 가게되면 삼척의 새덕산업 김진선 이사와 보기로 약속한 오후 7시가 훌쩍 넘을 것 같아서 그대로 삼척으로 향했다. 여주,원주를 거쳐 횡성휴게소에 4시가 다 되어서 도착을 하여 참았던 소변을 보고 허기진 배도 채웠다. 妻는 휴게소에서 6천원을 주고 배호씨 노래테이프 2개를 선물로 구입하여 주어 차안에 틀어 놓고 무료함을 달래면서 따라 부르다 보니 대관령을 넘어 어느새 삼척에 도착했다.

네비게이션에 찍혀 있는 죽서교를 지나 2009 황영조國際marathon大會 행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20분이다. 행사 기념품으로 주는 프로월드컵 운동화 두 켤레를 교환권과 바꾸었다.

妻의 얼굴을 중심으로 행사장 배경을 넣어 기념사진을 두 컷 누르는데 妻가 보챈다. 숙소를 빨리 정하러 나가자는 것이다. 나 역시 전국의 많은 달림이가 참석할 경우 묵을 숙소가 변변찮을 것 같아 핸들을 돌려 죽서교를 막 나서는데 왼쪽으로 삼흥모텔이 보인다. 妻가 들어갔다 나오더니 7만원이라 한다. 208호에 여장을 풀었다. 행사장에서 죽서교만 넘으면 닿는 가장 가까운 모텔로서 도보로 5분정도 소요되어 완주 후 샤워를 하고 상경하는데 아주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룻밤 숙박비가 7만원이다. 어지간한 관광호텔 가격인데도 시설은 오히려 여인숙보다도 낮다. 삼흥모텔의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주인장의 얼굴을 살펴보니 인물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돈맛에 흠뻑 젖어있는 듯 하는 분위기로 이내 이해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더니...그래! 적선하는 셈 치고 묵기로 한 것이다.

방에다 짐을 풀고 저녁에 새덕산업 김진선 이사와 약속한 정라항 바다횟집을 가려고 모텔을 나서는데 로비에 대형 사진이 두 개나 걸려있다. 자세히 보니 영화 에서 인수역을 맡은 배용준씨와 상대역(서영)인 손예진씨가 삼흥모텔 로비에서 얘기하는 장면이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 것인데 저렇게까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후훗...

妻와 몇 번 들린 바다횟집은 내가 10년 전부터 업무차 정기적으로 들려서 싱싱한 회나 곰치국 등을 먹는 곳이다. 그런데 어제 저녁 7시 반경에 들렀는데도 바다횟집은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물론 주차장에 차는 세우지도 못했다. 따라서 정라항 무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다횟집으로 들어서니 마침 두 자리가 비었는데 주인장은 내 얼굴을 보더니 안방으로 안내했다.

妻는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더듬으면서 도루묵을 시켰으면 하여 大를 시켰는데 오늘은 안 된단다. 따라서 모듬회(中)를 시켰는데 우럭과 광어 등이 푸짐하게 올라왔다. 서울에서는 特大 수준이다. 가격은 낮고 양과 품질은 너무 좋았다. 싱싱함과 맛으로 따져 볼 때 최상급이며 마지막으로 나온 매운탕은 妻도 맛있게 먹어서 나는 김진선 이사와 진로소주 1병을 나눠 마셨다. 바다횟집은 오후 8시40분이 되자 손님을 받지 않아 우리가 오늘도 최고 마지막 손님이 되었다. 무료 주차장으로 가는 길목에 불을 환하게 밝힌 건어물상에서 마른 오징어 1축을 싸게 구입했다.

최근 별로 마시지 않던 소주를 세잔이나 하였더니 핑 돌아 차 키를 妻에게 넘기고 숙소에 오자마자 샤워 후에 명일의 열전을 위하여 잠을 청했다.

오전 5시10분 妻의 핸드폰 모닝콜에 기상을 했다. 妻가 컵라면과 햇반을 구입하면서 어제 아버님께 드릴 뼈다귀 해장국을 데워가지고 온다고 하면서 비닐에 싸인 봉지를 들고 나간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데운 해장국과 컵라면에도 더운물을 부어 가지고 왔다. 햇반은 난생 처음 먹어보는 것인데 따끈하게 데워서인지 맛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니 벌써 행사장에서는 마이크의 확성기 소리가 요란하다. 죽서교로 걸어가는 참가자들도 점점 눈에 많이 띄어 우리 夫婦도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섰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나란히 하프에 출전하여 완주했으나 妻가 하프코스를 고사함에 따라 나는 하프를, 妻는 10km단축코스에 출전했다. 나는 두 달 만에, 妻는 세 달 만에 각각 출전을 하는 것이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설레었다.

마라톤의 영웅 황영조 선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사인회를 했다. 김완기 선수의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하고 나서 풀코스와 하프코스가 나란히 출발을 했다. 지난해 8월3일 출전했던 삼척대회 하프코스 가운데 가장 난코스는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이 살해된 살해재를 넘어 같다 오는 것이었다면 올해대회는 한재다.

한재는 살해재에 비해 경사도가 낮은 편이다. 그래서 기록은 1시간 52분51초로 지난해 기록 2시간13분59초에 비해 21분8초를 앞당겼다. 최근 하프기록은 지난해 12월6일 평지와 다를 바가 없는 한강을 달렸던 1시간55분38초에 비해서도 2분47초가 빠른 셈이다. 5분정도 단축이 가능했지만 여기서 만족키로 했다. 왜냐하면 핑계 같지만 지난해 여름쯤 찾아 왔다 없어졌나 했던 왼쪽 바깥쪽 발등의 통증이 달포 전부터 시큰거렸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달렸다.

그래도 삼척대회는 언덕이 많은 것을 감안하여 집에서 출발하여 관악까치자연도로를 거쳐 관악산 3부 능선까지 차고 올라가 딸이 졸업한 인헌고 운동장과 교사 3개동을 함께 도는 코스를 8바퀴에서 길게는 29바퀴까지 뛴 후 역으로 집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하여 발등은 시큰거렸지만 숨은 가쁘지 않았다.

어쨌거나 요 며칠 사이 연습을 무리하게 했나? 3일 전부터는 걷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워서 왼 발등에 얼음찜질을 했는데도 별 차도가 없다. 그래도 기록이 갱신된 것은 연습만은 제대로 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자위해본다.

아무튼 우리 夫婦는 오늘 평생 잊지 못할 참 멋진 코스를 달렸다고 생각한다. 삼척엑스포공원을 출발하여 죽서교-오십천교-오분교-한치터널(한재터널)-근덕교차로-동막교차로까지 같다가 반환하여 출발지까지 오면서 펼쳐진 풍광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다.

특히 국내 처음으로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면서 넘실대는 동해바다와 높새바람으로 다져진 삼척의 적송을 바라보면서 달린 시간은 아주 값지다는 생각이다. 그 가운데 10년 전쯤 휴가 때 처와 함께 삼척을 놀러 왔다가 현재 동해삼척태백축협조합장으로 있는 김진만씨의 안내로 한재밑해수욕장에 있는 민박집에서 묵고 이튿날 홍합을 땄던 기억이 다시금 떠올라 서울에 올 때까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다만 그 푸른바다는 10년 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는데 해수욕장의 이름은 승공해수욕장으로 바뀌었는지 자동차전용도로 안내표지판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올해 대회는 지난해와 주최주관사가 다르다. 강원일보, 전국마라톤협회, 한국실업육상경기연맹으로 바뀌었다. 풀코스가 신설이 되어 규모는 넓어진 것 같지만 사실 오늘 달리면서 보니 출전자는 예년보다도 적은 것 같다.

특히 대회운영은 낙제라는 느낌이다. 명색이 유수한 언론사임을 자처하는 일간지와 마라톤의 발전을 위한 단체가 하는 치룬 행사라고는 미흡한 점이 있어 보완이 스급하다. 굳이 예를 들면 기념품인 마라톤전용 운동화를 배송하지 않고 제작이 지연된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려놓고, 지급을 삼척에서 그것도 행사전날 출발지인 삼척엑스포공원에서 한다면 출전자들은 모두 행사 전날 삼척에서 자라는 말이 아닌가? 그야말로 출전자를 무시한 처사다.

또 기념품 교환권과 배번호와 칩이 적어도 행사 5일전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여 7월 28일부터 휴가를 받은 나는 이제나 저제나 올까하고 배번호 등을 받기 위해 3일을 집에서 죽치느라 지인을 만나는 계획도 물거품 됐다.

또한 우리 부부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관내인 춘천은 물론 부산,대구,대전 등 대도시에서 출발하기로 한 셔틀버스마저 신청자 저조라는 이유로 취소했다고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주최,주관사의 도덕성에 울화가 치민다. 지난해 대회에 참석하여 좋게 느껴졌던 삼척에 대한 새로운 느낌은 올해 한순간에 날아갔다. 앞으로 대회를 치루기 전에 자성해 볼이며 특히 미흡한 점은 보완하고 문제점은 과감히 개선해야 하겠다.

우리 夫婦는 완주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했다. 황영조 선수 사인을 받고, 샤워를 위해 삼흥모텔을 향하면서 스포츠시계를 바라보니 2시간 35분을 가르킨다. 그렇다면 풀코스 1위 주자가 5분에서 10분사이면 나타날 것인데 응원을 해주고 가자고 妻에게 제의했더니 妻는 쾌히 그렇게 하자고 한다.

우리와 함께 죽서교를 걷던 열 대여섯의 달림이들도 나의 제의에 순응하였다. 정말 7~8분이 지나자 불 밝힌 백차 뒤로 붉은 옷을 입은 주자의 머리가 보인다. 42.195km 완주를 위해 마지막 200m 남짓한 거리를 혼신을 다하여 달려가는 김주현씨에게 우리 모두는 큰 박수와 함께 파이팅!을 크게 외쳤더니 손을 들어 답해준다.

15분전 정오에 삼흥모텔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샤워를 마치고 200m지척에 있는 죽서루에 들렀다. 죽서루는 그동안 나는 세 번 들렀지만 妻는 처음이라서 妻를 중심으로 한 추억의 사진 10여컷을 눌렀다. 특히 죽서루는 영화 촬영이 이뤄진 장소로 인수와 서연이가 데이트를 즐기던 장소에서 더 늙어지기 전의 젊은 妻의 얼굴과 몸매를 담았다. 대나무와 아름다운 바위를 배경으로 눌렀다. 보물 제 213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관동팔경의 제일루인 누각에 올라가서도 촬영하려는데 이게 뭔가? 디카 화면에 고. 헐. 그렇다면 더 이상 촬영을 하지 못한다는 말씀인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상경길에 올랐다. 왜냐하면 妻가 내일 오전 9시30분에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 오늘 저녁에 설사를 하는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한다. 화장실을 갈 때 마다 꺼림칙스러워 대장내시경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 설사약은 지난해 가을 삼성병원에서 아버님이 두 번째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하고 약을 받아 놓았으나 받지 않으시어 그 약을 대신 먹기로 했다. 그 약값은 빼준다는 것이다.

나 역시 대장내시경은 5년 전 치질을 수술할 때와 2년전에도 받은바 있는 터라 늦지 않기 위해 영동고속국도를 달리면서 전광판에 나타나는 교통정보를 참고했다. 문막에서 강천근처 12km지점이 정체라 한다. 문막IC에서 빠져 나와 여주읍-천서리-강하면을 향하는데 잘 빠진다. 참외 1만원 어치를 샀다. 퇴촌-미사리를 거쳐 올림픽대교를 올라섰는데 오히려 평일보다도 빠르다.

오후 7시 40분경 집에 도착했다. 어제 삼척을 갈 때는 10시간이 소요됐는데 오늘은 7시간 밖에 안 걸렸다. 대장내시경 검사 전에 마시는 밍밍한 물약을 물에 휘휘저어서 먹고 화장실을 연실 드나드는 妻를 곁에서 보면서 그래! 서로 남은여생은 마라톤을 통해 육체적․정신적․심적 건강을 유지하여 자식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살도록 노력할 것을 재삼 다짐해본다. 참가자 조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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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 오코노미야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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