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65년동안 행남자기 노사분규 노 !!! - 회사어려울시 노조가 위기극복 자신감으로..
기사수정

 
65년간 노사분규 한번도 없었던 비결
[나누면 행복 up!] 행남자기
최근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는 등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불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도 노사의 양보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나눔과 상생의 현장을 소개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근무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은 가장 친했던 동료를 경쟁상대로 만들고, ‘상대방을 밟고 오르지 않으면 내가 짤린다’는 강박관념으로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게 오늘의 직장인이다.

노사관계 또한, 비용절감을 우선시하는 사측과 노동에 대한 적정임금을 요구하는 노측의 대립으로, 양보와 타협에 이르기까지 분쟁이 계속되고 이것은 결국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창립 65년이 넘게 노사분규 한 번 없었다면, 또 아버지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3대째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가족 같은 회사가 우리나라에 있다면 믿을까.

그런 회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집집마다 부엌에 최소한 하나쯤은 보관하고 있을 도자기 전문업체인 행남자기(회장 김용주)가 바로 그곳이다.

행남자기는 노사간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1942년 창사 이래 단 한 차례도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기에도 300여명의 잉여인력이 발생했지만 단 1명의 해고도 없이 노사합의로 고용유지 훈련을 실시해 다른 기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도자기 제조작업 중인 행남자기 근로자들.<사진=행남자기 제공>

이 회사의 노사협력이 특출한 배경에는 창업자인 고 김준형 명예회장의 인간중심 경영철학과 근로자들의 애사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회사를 세우면서 사훈을 ‘협심동력’으로 정하는 등 노사 화합을 경영의 제1원칙으로 정했다.

김 명예회장은 창업 초기 직원들과 가마에서 함께 일하고 월급 줄 돈이 모자라면 쌀이라도 지급하는 등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이 남달랐다. 62년에는 직원들은 별생각이 없었는데, 김 명예회장이 노동자의 권익에 도움이 된다며 노동조합을 만들도록 등을 떠밀어 노조가 생기는 기이한 일도 있었다.

“3대째 근무, 부부, 동서지간…가족 같은 회사”

김형윤 총무과장은 “규모가 큰 회사들보다 근로복지 정책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온화하고 가족 같다”며 “이렇다 보니 직원 중에는 2대째 근무하는 사람이 28명, 3대째 일하는 사람도 9명이나 되고 부부, 동서지간도 있다”고 전했다.

행남자기는 노측의 애사심도 유명하다.
지난 94년 청와대로부터 ‘전국 우수업체 노조위원장 오찬’에 초청받은 행남자기의 노조위원장은 오찬 중 일어나 ‘청와대에서 행남자기를 써달라’고 즉석에서 제품홍보를 해 1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한 일화는 한때 노사교육용 사례로 쓰이기도 했다.

이 회사의 노사 신뢰관계는 97년 외환위기 때 그 빛이 더욱 발했다. 이듬해 3월 시작된 임금협상에서 임금동결과 함께 전사원이 150~200% 수준의 상여금을 전사원이 반납하면서 고통을 나눴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노조는 5.5운동(5s 실천, 5% 수율향상, 5% 비용절감, 5분 일찍 시작, 5분 늦게 퇴근)을 자발적으로 실천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제조경비 절감으로 연간 7억6000만원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여파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2001년에는 어려워진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목포에 있던 공장을 정리하면서 잉여인력 150여 명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희망자 40여 명은 여주공장에 재취업되고 50여 명은 인근 다른 공장에 일할 수 있게 주선해 줬지만, 60여 명은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잉여인력 60명 고용유지 위해 행남식품 세워

김용주 회장은 밤잠을 설치며 ‘직원 60여 명의 고용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한 끝에, 지인의 조언에 따라 15억을 투자해 맛김 제조업체인 ‘행남식품’이라는 계열사를 설립, 60여 명을 재고용하고 모 식품회사에 납품하도록 했다.

행남자기 노희웅 사장(가운데 오른쪽)과 김용주 회장의 장남인 김유석 전무(가운데 왼쪽), 회사 직원들이 서울 본사 앞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행남자기 제공>

물론 노사 간의 마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부부싸움이 더 잘 살기 위한 다툼인 것처럼, 행남자기의 노사 간 마찰도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의 방법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인 싸움이라는 게 김용호 노조위원장의 말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영향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지만, 65년 넘게 지속돼 온 노사 화합 분위기로 이겨내겠다는 게 행남자기 노사 양측의 의지이다.

노사는 이미 지난 3월25일 무파업, 임금동결로 이 같은 의지를 보였고, 사측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고용유지와 윤리경영을 약속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노조가 직접 나서 영업…“위기 극복 자신”

김형윤 총무과장은 “이번 임금협약은 소모적인 논쟁 없이 노사 양측이 즉시 고용유지와 임금동결에 합의했다”며 “또 노조 쪽에서 자발적으로 영업을 뛰어 한 달에 수 억원씩 매출을 달성하는 등 특별한 애사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평소 인기가 있었던 도자기류를 모아 ‘한상 식기세트’라는 이름으로, 타 사업장이나 관공서 등을 찾아다니며 판매에 직접 나서고 있다. 이들의 연간 매출 목표액은 15억 원 이상.

김영호 노조위원장은 “외환위기 등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마다 노조는 임금 동결을 해주고, 회사는 최대한 인력 감축을 자제하는 전통이 있다”며 “이번 경제위기도 지금까지 쌓아온 노사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동부는 행남자기의 양보교섭은 노사협력을 통해 구조조정의 위기를 극복한 사례로, 이는 60년 넘게 지속돼 온 노사간 신뢰에 기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지원국>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sgumi.kr/news/view.php?idx=9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케미 오코노미야끼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